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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134] '암초'에 걸린 교육혁신지구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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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134] '암초'에 걸린 교육혁신지구사업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16.05.05 1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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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육연대회의 대표다. 교육연대회의는 구로가 혁신교육지구사업을 시행하게 되면서 교육을 고민하는 개인과 단체들이 모인 구민들의 연대회의체계다. 주로 하는 일은 혁신교육지구사업을 비롯하여 지역사회 교육 현안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토론을 통해 우리 지역의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을 지를 고민하고, 이런저런 일들도 함께 의논하는 말하자면 지역의 교육 관련 사랑방 구실을 하는 곳이다.

이런 기구를 만들게 된 것은 앞서도 말했듯 혁신교육지구사업 탓이 크다. 구와 교육청이 적지 않은 예산을 내고, 구민과 구청, 교육청과 학교가 한데 힘을 모아 지역의 교육을 개선해보고자 하는 사업이 바로 혁신사업이다. 그런 의미가 큰 사업을 지역에서 수행하려고 하니 구민들 중에서 교육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제대로 의논도 해야하지 않을까 싶어 정식 모임을 만들게 된 것이다.

그 동안 지역의 교육문제에 대해 구민들은 바람과 생각들이 없지 않았지만 학교와 교육청, 그리고 구청의 처분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교육은 교육전문가가 알아서 하는 것이고, 행정은 행정 관료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니 우리는 세금만 실컷 내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지켜보는 것 외에 별다른 수가 없었다.

그런데 혁신교육지구사업이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민·관·학 거버넌스를 운영의 기본 원칙으로 해서 말이다. 지역의 교육생태계를 조성하고 학교 여건을 개선하여 효과적인 교육개혁을 추진해나가겠다고 하는 것만도 반가운데 거기에 거버넌스를 운영의 기본 방식으로 삼겠다고 하니 뭔가 함께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정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재능도 꽃피우고, 학교 가는 길이 즐겁고, 선생님들과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그런 아이들로 자라날 수 있도록 교육과 돌봄을 받을 수 있는 무언가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이 혁신교육지구사업이 암초에 걸렸다. 함께 키를 잡고 같은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우리들의 순진한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하나도 아니요, 둘도 아니요 구민과 구청, 학교와 교육청에 시청까지 겹겹이 의견이 다를 수 있는 단위들이 그래도 용케 마음 맞추어 순항을 하고 있다 싶었는데 그건 순진한 우리들의 착각이었나 보다.

개인적인 감정들을 생각하면 속상하기 그지없다. 속상한 정도를 넘어서서 가끔은 혼자 얼굴이 시뻘게질 정도로 창피스럽기도 하다. 그렇다고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할 수도 없다. 자기 얼굴에 침 뱉기인데다가 여차하면 지역 사업에도 어려움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마음만 가득하다. 구청에 쓴 소리 한 번 제대로 할 수 없는 힘없는 구민 주제에 학교는 비전문가라고 제대로 쳐다봐주지도 않는 지역민이라는 처지가 다시 한 번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냥 혼자 당한 일이면 언제는 안 그러고 살았냐 하고 혼자 웃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 사람들이 오랜만에 마음을 내어 만든 교육연대까지 몽땅 무시를 당하고 보니 참 그러고 말 수도 없고 그렇다고 뾰족한 수는 없고 속이 그저 답답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일이 참 이상스럽다. 왜 그랬을까? 아무리 이야기를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 적지 않으니 더욱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양파 껍질 벗겨지듯 하나하나 들려오는 이야기를 아무리 짜 맞추어도 알 수 없는 이야기일 뿐이다.

이걸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이런 자리에서 무엇을 생각하며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 걸까? 아무도 없다면 나는 분명 그냥 나를 무시하고 말아라 하고 그냥 넘겼을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그래선 안된다는 교육연대의 다른 목소리가 지금은 더 아픈 것인지도 모른다. 무시당하지 말고 살아라, 받을 만한 대접을 제대로 받아라, 이런 이야기들이 실은 더 힘들다. 무시당한다고 투덜거리는 것보다 그를 넘어서는 것이 실은 더 힘들기 때문이다. 아아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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