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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칼럼] '살아있는' 진짜 균형발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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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칼럼] '살아있는' 진짜 균형발전이란
  • 하승수 변호사
  • 승인 2021.10.29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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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르는 전화번호로 연락이 왔다. 전화를 주신 분은 전남 해남군 북일면에서 주민자치회 활동을 하는 분이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그 분을 포함해서 북일면의 많은 주민들이 지역의 학교를 살리려고 애쓰고 계셨다. 북일면에는 초등학교도 있고 중학교도 있는데, 학생 수가 줄어서 폐교 우려를 낳고 있는 상황이었다. 초등학교의 경우 전교생이 18명인데, 1학년에서 3학년까지는 학생이 4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렇게 학생숫자가 줄어든 것은 당연히 인구감소와 고령화의 영향이다. 북일면의 인구를 찾아보니 2021년 9월 현재 1,950명이라고 나온다. 그 중 65세 이상 인구수가 48.8%이다. 북일면만이 아니라, 많은 농촌지역 면(面)의 현실이 이렇다. 

북일면의 경우 다행인 것은, 주민들이 마음을 모아 스스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일면에 주민자치회가 만들어진 후에 핵심사업으로 '작은 학교 살리기'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학생이 있는 가정을 북일면으로 유치해서 학교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북일면에 있는 빈집을 조사해서 그 중 13채를 수리할 계획이다. 학생이 있는 가정이 이사 오면 주거를 저렴하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북일면으로 오는 학부모에게는 일자리도 알선하고, 귀농ㆍ귀촌 멘토링을 통해 정착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문제는 홍보라고 했다. 정말 절박한 마음으로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는데, 어떻게 홍보를 해야 할 지가 고민이라고 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인근 농촌지역이 아니라, 서울같은 대도시의 사람들이 북일면으로 오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이 얘기를 들은 후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면 지역에서 학교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학교가 폐교되면, 인구유출은 물론이고 지역의 활력이 떨어진다. 학교는 지역공동체의 구심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도시지역에서도 학교가 지역공동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농촌지역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그동안 숱한 작은 학교들이 폐교가 되어 왔다. 교육부 자료에 의하면, 지금까지 전라남도에서만 833개 학교가 폐교됐다(분교 포함). 대부분 농ㆍ어촌지역의 학교들이다. 학교를 살려서 지역을 지켜나가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작은 학교'를 폐교시킨 것은 매우 잘못된 정책방향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정부가 주민들의 자발적인 '학교 살리기' 움직임을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말로는 '지방소멸'을 걱정하고 '균형발전'을 얘기하면서 도대체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지난 10월 18일 행정안전부는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총 89개 지자체에 향후 10년간 10조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그동안 숱하게 봐 왔던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무원들이 책상에 앉아서 만드는 정책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지역을 살리려면, 농촌지역의 경우에는 면ㆍ읍지역의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자기 지역에 맞게 계획을 짤 수 있어야 한다. 도시지역에서도 마을단위로 주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 정책으로는 예산만 낭비되고 효과는 없기 마련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해남군 북일면처럼,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는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서 추진하고, 주민들의 힘만으로 어려움이 있는 부분을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해야 한다. 그래서 한 지역에서 모델이 만들어지면, 그 움직임이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되는 '나비효과'를 만들어가면 된다. 

전화를 하고 나서 북일면 주민들이 메일로 자료를 보내왔다. 읽어보니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가득차 있다. 

'두륜산과 주작산 아래에 자리잡은 알려지지 않은 변방이지만, 무공해 청정지역으로서 풍광이 아름답고, 인심좋고 물산이 풍부한 지역입니다. 청정한 산과 들과 갯벌에서는 호남 제일의 낙지와 부추가 생산되며, 범죄가 전혀 없고 대문을 닫지 않고 사는 지역입니다'

이런 자부심과 애정이 지역을 지키는 근본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더 이상 난개발이나 벌이고, 지역을 살린다는 핑계로 민간기업에 특혜나 주지 말라. 그것은 지역의 '삶의 질'만 떨어뜨릴 뿐이다. 

그것보다는 지역의 '작은 학교'부터 살리고, 정착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저렴하면서도 괜찮은 주택을 제공하고, 지역의 의료ㆍ복지ㆍ문화ㆍ환경부터 챙겨야 한다. 그것이 진짜 균형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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