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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사이로] 나의 코로나 봉쇄 작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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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사이로] 나의 코로나 봉쇄 작전 2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21.01.08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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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연말이 가고 새해가 오는 있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저 코로나로 시작해 끝도 없이 이어지는 코로나의 악몽 속을 마냥 헤매고 다니는 느낌이다.

이제 변형 바이러스까지 등장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코로나 바이러스 소식에 점점 더 기가 죽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지난 한 해를 무사히 보낸 것만으로 감사 또 감사할 따름이다.

주변이 다 무탈하여 나조차 무탈할 수 있었고, 또 그래서 나 역시도 주변 사람들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더욱 조심하자는 생각뿐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보니 지난 코로나 검사를 받던 때 저질렀던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더더욱 부끄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연말에 몰린 일들을 함께 처리하면서 몸살이 몰려왔던 모양이다.

열도 나고, 목구멍도 간질간질한 게 문득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이 된 게 아닌가 싶어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출근도 미루고 구청에 전화를 해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검사를 받아보아야겠다고 비장한 마음으로 집을 나섰던 것이 다시금 떠오른다.

하지만 버스를 타도 괜찮을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때부터는 스스로가 마치 하나의 커다란 오염덩어리처럼 느껴져 사람들 곁에 가는 것조차 미안스러웠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걸어가는 것인데 그 때의 몸 상태로는 도저히 검사소까지 걸어갈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택시를 타고 가기도 아깝고 불안하여, 조금 민폐인 것 같지만 버스를 타고 최대한 조심조심 가기로 했던 것이다.

창도 열고 최대한 숨도 자제해서 쉬는 것으로 일단 혼자 양해를 구했다.

그렇게 검사를 마치고 또 조심조심 귀가를 하는 길에 실은 일이 터졌다.

검사까지 받고 나니 괜히 우울한 생각이 들면서 피로감은 극에 달했다.

그저 당장 따뜻한 방안에 얼른 누워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잘 차려입은 중년의 여성 한 분이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 한 명을 동행하고 기다리고 있던 엘리베이터 앞으로 다가오신 것이다.

아무래도 같이 엘리베이터를 탈 기색인데 혹시나 내가 감염자라면 이 분들에게 큰 실례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잠시 이 분들을 먼저 보내고 엘리베이터를 탈지 고민도 해봤지만 몸도 몸이고, 다음에 누가 또 나타나지 말라는 법도 없어서 아무래도 양해를 구하고 먼저 가는 것이 좋겠다 싶어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저 죄송하지만,,,,제가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받고 오는 길인데요...."라고 말을 꺼냈다.

그러면 상대가 뒤로 주춤 물러서면서 혼자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도록 배려해줄 것이라 기대했다.

미안한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상대의 안전을 염려한 조치이니 혹시 했던 것이다.

그런데 대뜸 그 분은 눈을 위, 아래로 흘겨보더니 "뭐요? 나도 바쁘거든요?"라며 얼른 도착한 엘리베이터 안으로 쑥 들어가 버리고 마는 것이다.

기껏 상대를 배려해 한 말인데, 말을 듣자마자 자신의 아이를 팔로 껴안으며 잽싸게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 잠시 혐오스런 눈빛으로 쳐다보기까지 하는 것이다.

바로 그 순간 그만 나는 그만 폭발해 버리고 말았다. 

'아, 이런 식으로 나오시겠다는 거군요...'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문이 막 닫히기 시작한 엘리베이터 안으로 잽싸게 들어가 버렸다.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내가 사는 고층을 눌렀다.

아주머니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자신의 두 팔로 아들아이를 감싸고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설마 내가 탈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두 사람은 나를 피해 허겁지겁 내렸다.

보나마나 나는 '왠 재수 없는 여자'로 한참 입방아에도 올랐을 것이다.

코로나 19가 발발하면서 대한민국의 시민의식에 대한 전 세계의 칭송이 자자하다.

위기의 시대 공동체를 위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우리 사회를 보며 나도 한참 자부심이 가득했는데, 오늘은 그만 그런 시민의식에 먹칠을 하고 말았다.

아주머니! 염려마세요, 저 코로나 아니래요, 그리고 다음부터는 저 같은 사람을 보면 좀 배려해주세요,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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