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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만난 '사랑의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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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만난 '사랑의 시그널'
  • 이성애(장애활동지원사)
  • 승인 2020.12.18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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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구로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지난 9월부터 10월까지 실시한 장애인활동지원사 수기공모 결과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이성애 활동지원사의 글을 소개합니다,

 

2019년 6월경 초등학교 1학년인 A를 만나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또래보다는 키가 크고 곱상한 이와의 첫 대면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엄마 손 잡고 땅만 보고 있었던 것이 첫인상입니다

A는 자폐성 장애로 문제행동을 동반하고 공격적인 행동이 나이에 비해 매우 강하게 표출되고 공격의 강도가 세서 3개월 간은 문제행동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꼬집히고, 할퀴어지고, 발로 정강이를 맞으며 물리기도 하고 손발 다 쓰는 공격성에 수난을 당했습니다.

손등이 손톱자국으로 상처가 나기 일쑤였습니다.

교실에서 자리이탈, 소리 지르기, 친구 건드리기, 갑자기 짜증 내고 울면서 소리 지르기 등 순간순간 자신의 맘에 들지 않으면 공격하는 행동이 낯설고 계속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되었습니다.

자폐는 어떤 장애보다 감정 기복이 심하고 어렵다는 것은 간접적으로 경험해봐서 생소하지는 않았지만 직접 아이와 대면하여 긴 시간을 같이하면서 느끼게 된 것은 '정말 힘들구나'라고 느끼게 되면서 내 자신이 힘들다는 것보다 A의 어머님이 제일 먼저 떠올랐고 A 스스로는 얼마나 답답할까? 였습니다.

초등학교 아이들 신체에 맞춰진 의자에 몇 시간씩 앉아 있다 보면 무릎도 아프고 엉덩이도 베기고 답답함도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에 A에 대한 희망을 염원하며 A에게 더 많이 다가가기를 시도하며 손잡는 것부터 계속 시도하고 손짓 몸짓을 할 때마다 꼭 안아주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몸을 비틀고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을 치던 A가 3개월 정도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거부를 덜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칭찬해주면 가만히 있어 주며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몸을 만지는 것을 싫어하던 아이가 학예회 발표 연습 때 악기를 들게 하고 같이 손 잡아주면 음악에 율동도 따라 해주었습니다.

담임선생님도 A가 많이 달라져서 좋다고 하시고, 학예회 준비 시찰을 위해 교실마다 방문하시던 교장선생님과 교감 선생님도 A가 이름을 불러주며 연습하는 모습을 보며 기특해 하시고 칭찬해주시니 변화는 분명 있는 듯 보였습니다.

교실에서 자리 이탈도 줄어들고 수업 시간 차석이 되면서 갑자기 지르던 소리도 손가락으로 쉿 하고 보여주면 하던 행동을 멈추는 반응까지 해주어, 하루하루 소통하게 되는 시간들이 감사하기만 했습니다.

A 옆에 오지도 않던 반아이들과 내 자신이 초등학생이 된 것처럼 놀이시간에 같이 게임도 해주고 놀아주며 A도 참여하게 해주면서 분위기를 만들어주니 어느새 A가 주변으로 하나둘씩 모여들고 관심을 주고 말도 시켜주며 때로는 단어도 가르쳐 주면서 진짜 친구가 되어 마음을 열어주는 고사리 같은 예쁜 아이들의 마음이 한없이 사랑스럽기만 하고 이런 것이 통합의 의미를 찾게 되는 소중한 발견과 이유였구나하는 것을 실감하게 해주는 좋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어머니께 A의 하루 일과를 전달할 때 "오늘 A가 문제 행동 없이 아주 잘 했습니다" 라고 전할 때 편안한 미소를 지으시는 어머니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가벼워지곤 했습니다.

수업 시간 다른 친구들 수업에 방해되는 시선 집중시키던 자리 이탈과 교실에서 빙글빙글 돌며 소리 지르던 A와의 첫 만남이후 활동에 고민도 많이 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A는 2학년이 되었습니다.

손잡는 것도 거부하고 등을 토닥거려 주려 하며 몸을 움츠리며 거부하던 행동 등 타인접촉에 과민 반응을 보여 친해질 수 있을지를 걱정하던 것도 옛 일이 되었습니다.

A는 이제 이동할 때 제 팔을 먼저 꼭 잡거나 손을 잡아주고 손을 끌어다 가슴도 만져달라 하고 얼굴을 쓰다듬어 달라고 하고 급할 때는 엄마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교실에서는 일어나지 않고 수업 시간 내내 착석해 수업을 다 마치고 오기도 합니다.

'시간이 약'이라고, 사랑의 시그널을 온전히 담아 내미는 내 손끝의 마음을 읽은 것인지 천천히 마음을 열고 다가와 주는 A와 오늘도 함께 걸어가고 있습니다.

A의 성장과 함께 자폐라는 껍데기가 허물을 벗듯, 그 속에서 어서 뛰쳐나와 주는 기적을 기도하며 하루를 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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