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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사이로 ] 돌봄과 배움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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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사이로 ] 돌봄과 배움사이
  • 성태숙 시민기자 (구로파랑새나눔터공부방 지역아동센터장)
  • 승인 2020.08.21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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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를 찾는 아이들 수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한다. 

학교를 통한 지원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새로운 얼굴이 나타날 때마다 환호와 기대가 잇따른다. 새로 만난 친구가 '같은 반'이라면 가장 최상급의 인연이요, '어린이집을 같이 다녔다'라든지 '인근에 살면서 한 번씩 얼굴을 보았다'는 경우도 그리 나쁘지 않은 인연의 연결고리에 속한다.
 
 누군가 어느 시인은 한 명의 사람이 오는 일은 우주 하나가 다가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노래한 적이 있다. 인간의 위대함이나 오묘함 등을 노래한 것이겠지만, 그렇게 새로운 아이들이 와서 일으키는 새바람을 보면 확실히 하나의 세계가 또 열리는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이렇게 오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마냥 편치만은 않다.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우리는 충분한지 고민될 때가 많다. 아이들 입장에서 보자면 보다 많은 친구들이 와서 새로운 단짝과 새로운 놀이와 새로운 이야기가 생기니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건 어른들의 고민이 모르고 하는 소리일 수 있다. 
 
최근 세상은 집값 문제로 떠들썩하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이야기를 잘 이해할 수는 없지만, 주택을 투기의 대상이 아닌 거주를 목적으로 매매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딱히 쓸 데 없는 돈들이 계속 집값 치켜 올리는 데 열을 내고 있으니 부동산 정책이 과연 성공을 할 수 있을지 불안해 보이기만 한다.
 
파랑새에서 돌보던 아이들이 센터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사 문제 때문이다. 구로동에는 더 이상 적정 가격에 가족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주택을 유지하기 힘든 까닭에 결국은 멀리 부동산 가격이 싼 지역으로 이주를 하면서 센터도 떠나게 된다. 

부동산 문제에서는 파랑새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돌봄 시설을 설치하기에 적당한 임대 건물을 찾는 것이 점점 더 쉽지 않은 일이 되어간다. 지금 있는 곳에서 한 번 더 이사를 가야 한다면 파랑새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있을지 지금은 자신이 없다. 

인간은 서로를 돌보기 위해 안전한 공간을 필요로 한다. 아이들은 함께 배우고, 놀고, 쉬고, 성장할 수 있는 안전하고 쾌적한 장소가 필요하다. 영유아나 미취학 아동 등과 같이 나이가 어릴수록 더 그렇고, 보다 큰 초등학생들이나 청소년들 역시 그 필요성에서는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 철저히 사적 이익을 위해 움직이면서 집값과 땅값이 심하게 요동치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논의될 수 있을까? 지역아동센터가 지금과 같이 주요한 것들을 모두 설치자 개인 혹은 법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는 구조에서는 더욱 이런 위협 요인이 치명적인 것이 될 수 있다. 
 
한 사람의 종사자 인건비에 맞먹을 정도로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임대료를 계속 후원금을 모금하여 감당하고 있는 현실은 때론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코로나로 인해 주변 경기가 점점 더 좋지 않아지고 있다고 하니 걱정과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다.
 
무언가 효과적인 대안이 필요할 때이다. 그럴 때마다 실은 동네 중심에 번듯하게 서 있는 학교 건물에 자꾸 눈이 간다. 학교가 들으면 질겁할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구로중학교의 구로청소년문화예술센터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기에 하는 말이다.
 

물론 아이들의 배움은 소중하고 학교가 잘 정돈된 모습으로 아이들의 학습을 지원할 수 있는 것이 이상적이란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땅에서 이렇게 전쟁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학교는 작은 울타리 속에 마치 딴 세상인 듯 서 있어 하는 말이다. 늘 학교가 너무 부럽다. 

돌봄은 배움 만큼 사회적 가치가 덜한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다시 또 생각해보면 학교 역시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지켜주어야 할 또 다른 공간에 불과한 것이니, 어쩌면 그 부러움을 거둬들여야 할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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