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19 09:21 (금)
[창밖 사이로] 구멍 나버린 사회안전망
상태바
[창밖 사이로] 구멍 나버린 사회안전망
  • 성태숙 시민기자 (구로파랑새나눔터공부방 지역아동센터장)
  • 승인 2020.08.04 12: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다. 여의도공원에 있던 자전거 대여소가 문을 닫았다. 다 같이 자전거를 한 대씩 빌려 타고 녹음이 짙은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오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었는데. 이젠 그만이다. 

성태숙 
성태숙 

그뿐이 아니다. 올 여름 구청에서 운영하던 안양천변의 야외 물놀이장은 개장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한다. 야외 물놀이장은커녕 구로리 공원의 분수대조차 가동을 안 할 생각인 것 같다. 더운 여름에 한바탕 속 시원히 즐길 수 있는 곳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 버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며칠 전에는 시청 인근을 나갔다 봉변을 당할 뻔했다. 화장실이 급해 시청 근처 공공건물의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했는데, QR 코드를 확인할 수 없어 한참 애를 먹었던 것이다. 일보 직전에 신분증을 제시하고 가까스로 입장을 할 수 있었지만 정말 진땀이 났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은 참 마음 편히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며 잘 살아왔구나 하는 새삼스런 깨달음이 떠올랐다. 그러나 마치 갑자기 수년의 세월을 되돌아 간 것처럼 최근에는 만사가 불편하고 답답할 적이 많다. 그 동안 우리는 꽤나 발달한 공공 서비스에 둘러싸여 있었기에, 이런 지금의 불편감이 더욱 크게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공공 서비스는 흔히 공유지에도 비유가 되곤 한다. 공유지는 예전 촌락공동체에서 개인의 경작지에 필요한 물을 대거나, 가축에게 먹일 목초지를 함께 기르는 공동 소유의 땅을 말한다.

그러나 공유지는 모두에게 꼭 필요한 절실한 기능을 하는 땅임에도, 또 그 어느 누구의 소유물도 아니기에 아무도 돌보지 않거나 이기적으로 사용하는 일이 흔하다. 

그래서 이렇게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공유지가 심하게 훼손되면서, 결국은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되는 상황을 흔히 '공유지의 비극'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공유지의 비극은 내 것이 아닌 우리의 것을 함부로 막 쓰는 인간 군상의 이기적인 어리석음을 꼬집고 있다.

그러나 그런 공유지의 비극도 일단은 공유지를 사용하다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아예 공유지에 들어갈 수조차 없는 상황을 그리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코로나 시대의 공공 시설물과 공공 서비스에 대한 이용과 접근 차단은 공유지에 높다란 철책을 두르고 접근을 불허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그것이 곧 우리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켜내기 위한 최선의 방도이긴 하지만, 원래의 공유지의 비극과는 그 기원이 완전 다른 셈이다. 

또한 공유지의 비극이란 말 속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인간의 어리석음은 공유지가 지닌 가치를 결국은 필요로 하게 될 것인데, 당장의 욕심에만 눈이 멀어있는 그런 어리석음이다. 

반면 코로나 때문에 공공 서비스나 공공 시설물을 활용할 수 없게 된 지금의 상황을 공유지의 비극이라 한다면, 그 비극은 생명에 대한 위협을 무릎 쓰고라도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 맺고, 함께이고 싶어 하는 우리 인간의 욕구 자체가 비극적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또한 아동과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이런 공공 서비스와 시설물을 이용할 수 없는 데서 오는 고충과 어려움이 어른들에 비해 훨씬 크다. 

이들의 생활 반경은 학교와 가정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기 마련인데, 그 안에서 공공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때 이를 다른 방면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여건 자체가 성인들에 비해 월등히 부족한 탓이다. 

그러나 정부나 지자체 그 어디에서도 아직 이런 어려움들에 대해 실질적으로 고민하는 흔적들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대도시는 특히 공동체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으면서 공공 서비스에서 그런 기능들이 많이 담당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커다랗게 구멍이 나버린 사회 안전망의 그물 속으로 자그마한 아이들이 마구 떨어지는 듯한 비극적 악몽에 오늘밤도 몸서리가 쳐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