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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사이로] 마을에서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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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사이로] 마을에서 살아가기
  • 성태숙 시민기자 (구로파랑새나눔터공부방 지역아동센터장)
  • 승인 2020.07.20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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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한 분이 얼굴이 불쾌하여 센터에 올라오셨다.

인근에서 가게를 하고 있는데, 아이들 등쌀에 살 수가 없으니 나와서 어떤 피해를 입고 있는지 좀 보라는 것이다.

가게 앞에 모아놓은 타일도 까닭 없이 만져대고, 뭐한다고 화분도 자꾸 성가시게 하는지 도대체 이해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영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파랑새고 뭐고 그냥 구청에 민원을 넣을 수밖에 없다고 하신다.

그동안 참다못해 폭발해버리고 만 어르신 심정이 이해되지 못하는 바가 아니어서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않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긴급 돌봄이란 이름으로 아이들을 하루 종일 돌보고 있는 입장도 쉽지는 않겠지만, 곁에서 수고로움을 함께 감당하고 계신 동네 어르신들도 반쯤은 몸살을 하고 계신 눈치라 죄송하기 그지없다.

코로나로 바뀐 일상에 적응하느라 모두가 힘들고 괴롭다.

아침 내내 온라인학습을 하느라 매여 있던 아이들은 점심을 먹고 나면 그야말로 주리를 튼다.

나가서 놀이터라도 다녀오든지 앞의 골목에서 잠깐이라도 놀다오지 않으면 좀이 쑤셔서 살 수가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한꺼번에 우루루 나가서 얼마나 동네를 시끄럽고 어수선하게 할까 걱정되어, 어른들이 교대로 함께 내려 가보기도 하지만 일을 다 막아내기에는 역시 역부족일 경우가 많다. 

금방 눈앞에 있던 아이들이 한 순간에 없어지는 건 다반사고, 특히 두, 서너 명이 함께 떼를 지어 다니기 시작하면 금세 숙덕거리다 사건사고가 일어난다.

뜨거운 땡볕 아래서 아이들과의 숨바꼭질에 숨이 턱턱 차오른다. 

그렇다고 넓지도 않은 센터에 하루 종일 아이들을 모아두는 일도 고역이다.

달고나도 만들어 먹고, 비누도 만들어가고, 보드게임도 하고,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이란 죄다 해보고 있지만 그 어떤 수로도 바람의 아이들을 하루 종일 가두어 두는 일은 불가능하다.

볕이 길어지고 뜨거워질수록 아이들의 마음도 같이 뜨거워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뜨거운 아이들을 온 동네가 품어내느라 지금 몸살을 잃고 있다.

근대에 학교 제도가 생긴 이래로 아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왔다.

동네란 그저 가끔 짬을 내어 나와 보는 정도여서 마을교육을 하고 싶어도 아이들을 만날 수가 없어 마을교육을 할 수 없다는 한탄이 절로 나오는 실정이었다.

일단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 무엇이든 학교를 중심으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하고 바람직하다고 여기고 살아온 지난날들이었다. 

그런 세월을 일거에 바꾸어놓은 것이 바로 코로나바이러스이다.

그리고 환경재앙으로 모든 시스템이 이렇게 일거에 제 기능을 못하게 될 줄은 차마 예측하지 못한 일이어서, 모든 상황들이 그저 낯설고 아직은 힘들도록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세상은 아직 큰일들을 정리해내기에도 역부족인 듯싶다.

이제야 겨우 마스크 걱정을 좀 덜 할 수 있게 되었고, 어쨌든 아이들이 간간이 학교를 나갈 수 있게 되었으며,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려 조금 숨통을 틀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큰일들을 처리하느라 온라인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하루 종일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그런 세세한 일들에는 아직 마음을 온전히 쓰고 있지 못한 듯하다.

손길이 부족한 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아직은 알 수가 없어서 모두가 걱정만 하고 있는 참이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을 위해 구로혁신교육지구에서는 온마을 놀이터학교를 기획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위기 속에서 피어난 섬세한 마음들이 아이들의 놀이터에서 마을교육을 싹틔우려 하고 있는 것이다.

놀이터 학교가 바람의 아이들을 품어내는 멋진 보자기가 될 수 있을지 기대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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