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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사이로] 아!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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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사이로] 아! 마스크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20.05.15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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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 전만 해도 이렇게 마스크를 쓰고 살 줄 몰랐다. 사실 황사가 기승을 부릴 때에도 마스크를 쓰는 날보다 쓰지 않고 지내는 날이 더 많았다. 마스크가 황사를 효과적으로 막아줄지 확신할 수도 없었고 마스크를 매번 챙기는 것이 아직 익숙지 않았던 탓이 크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사태로 상황은 완전 달라졌다. 어느덧 이제는 맨 얼굴을 보이는 것이 너무 어색한 일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가벼운 수치심을 느낄 만큼 상황을 인식하는 태도는 이미 달라져버렸다.
 

일이 있었던 것은 지난 주말이었다. 성공회대학교 도서관에서 늦은 시각까지 꾸물거리다 더 있을 거냐는 재촉을 받고 허겁지겁 가방을 싸고 나왔다. 성공회대학교에서 전철을 타지 않고 버스를 타고 빠져나오는 방법은 일단 6614번 버스를 타고 오류동 인근으로 나오는 길이 유일하다.
 

오류동에서 5626을 타고 올 수 있으면 그걸 타고 애경 앞으로 가서 마을버스 09번으로 갈아타야겠지만 만약 5626을 타지 못한다면 오류동에서 롯데마트 앞까지 버스를 타고 나와서 다시 구로구청 방면으로 가는 13번 마을버스나 5626번 혹은 고대병원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구로동으로 들어오는 3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그런데 밤10시 50분쯤 출발하는 6614번 버스를 놓치고 나면 그 다음 버스는 11시 20분이 넘어 도착하는 경우가 흔한데, 그렇게 출발을 하게 되면 집에 도착할 무렵에는 12시가 넘어갈 경우도 없지 않다. 그래서 기겁을 하며 부랴부랴 학교를 나섰던 것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서두르다 보니 그만 마스크를 챙겨 나오는 것을 잊어버렸다. 아니면 손에 들고 있다 정신없이 놓쳐버렸는지 모르겠지만, 버스를 잡아타고 안도를 했을 쯤에 그만 나는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뭔가 허전하다 싶은 느낌이 있었는데 아뿔싸! 그만 마스크를 벗어놓고 온 것일 줄은 차마 몰랐다. 늦은 밤 승객이 단 몇 사람뿐인 버스 안임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단 한 사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고 맨 얼굴을 드러낸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민망감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버스가 한 대만 더 있었어도,,,,아니 배차 간격이 조금만 더 촘촘했어도 이렇게 급히 서두르다 실수를 하지는 않았을텐데,,,,'부끄러운 마음에 공연한 투정을 해본다.
 
코로나 사태 이후 마스크 쓰기가 일상화된 상황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마스크 때문에 상대를 알아보기가 힘들어 어정쩡하게 인사를 하는 민망한 일들이 자주 벌어지는 것도 그렇고, 마스크가 패션의 일부분처럼 어느덧 자신을 표현하는 매체가 되기도 한다.

 

지난 세월호 추모일에 몇 분의 지역민들은 마스크에 노란 리본을 수놓는 일로 세월호를 기억하는 작은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노란 리본을 마스크에 수 놓는 모습을 보며 코로나가 얼마나 우리 삶을 바꾸어 놓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세상이 바뀌는 것은 이렇게 문화가 바뀌는 일로 시작해서 그렇게 바뀐 문화가 모든 것에 완전히 침투되고 난 이후에 종결된다. 문화란 본디 삶의 양식 즉, 살아가는 방식과 그 됨됨이라 할 수 있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결정적인 문화의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다만 이런 흐름이 얼마나 결정적인 변화를 가지고 올지 그것을 아직 예측하기 어려울 뿐이다.
 

그러나 모두들 짐작하듯이 다시 한, 두 번만 더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우리는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 예전의 특성은 무엇이었고, 앞으로의 삶이 고민해보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제는 정말로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아야 한다는 사실이 맨 얼굴에 닿는 서늘한 바람결에 느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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