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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현장 기고] 연대와 공존의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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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현장 기고] 연대와 공존의 '힘'으로
  • A 중학교 교사 (구로구내)
  • 승인 2020.03.02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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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구로지역내 교사입니다. 익명을 요구함에 따라 학교와 필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배경이 차별과 혐오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가르쳐왔습니다. 학생들과 공존과 연대에 대해서 말한다는 그 자체로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일 년에 걸쳐 일주일에 한 시간씩 창체 수업을 통해 장애, 출신지나 출신국, 사회경제적 배경 등을 이유로 서로를 다르게 대하지 않는 삶, 그런 삶들이 모여있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차별과 혐오, 폭력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약속은 학교 담장에 지금도 걸려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져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자, 부끄럽고 잘못되었다고 느꼈던 말과 태도가 이제는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 행동해도 되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악의는 없다고, 그저 장난일 뿐이라고 '이 바이러스야, 코로나야, 가까이 오지 마, 감염돼.'하며 놀린다지만, 장난의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선주민 학생들이고 대상이 되는 것은 언제나 중국에서 온 학생들입니다.
 
몇몇 선주민 학생들은 체험학습이라며 학교에 나오지 않습니다. 공부 좀 하고, 가정에서 교육에 신경 좀 쓴다는 학생들입니다. 어떻게 중국 아이들과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게 하느냐는 학부모 민원도 있었습니다. 학교 인근 식당에서는 소위 '중국인'이 많은 학교가 어떻게 개학을 할 수 있었는지 놀라움을 표시합니다. 언론에서는 '중국인'이 많은 대림동과 코로나 바이러스를 연결 짓습니다.
 
중국에서 온 학생들은 더 철저히 마스크를 씁니다. 주변에서 상식처럼 주고받는 차별과 혐오의 말을 통해서 중국에서 온 학생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자신과 동일시되는 경험을 합니다. 아무런 반성 없이 혐오가 전염되는 동안 자신을 더 단속하고 목소리를 낮춥니다.
 
지금의 상황이 선주민 학생들과 이주민 학생들에게 무엇을 경험하게 하는 것일까요. 착하게 살라고, 차별과 혐오를 몰아내자고 교실 안에서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삶 속에서 벌어지는 차별에 대처도 행동도 없는 무책임한 사회의 모습이 드러내는 것은 차별에 대한 묵시적인 인정입니다. 차별과 혐오의 전염과 확산에 대한 방조입니다. 차별과 혐오는 모습을 바꾸어 계속 찾아올 것입니다.
 
차별과 혐오를 넘어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고 연대하는 삶. 그런 사람들의 마을과 사회를 실현할 가장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혼란스러운 오늘을 지나면 더 단단해져 있을 것은 차별과 혐오가 아니라 공존과 연대의 마음이어야 합니다. 차별과 혐오의 확산에 대항할 우리의 실천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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