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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부의 신문 지원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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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부의 신문 지원정책
  • 윤장렬(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언론학 박사과정)
  • 승인 2016.02.06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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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2월 31일, 세상 모든 사람들이 묵은 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분주하던 날, 대한민국 국회도 정신없이 바쁜 하루였다. 왜냐하면, 묵히고 묵히던 법안들이 당해 마지막 날 본회의에서 처리됐기 때문이다.

이날 통과된 대한민국의 법안들은 무려 212개에 이른다. 소상공인보호 및 지원법, 자전거 등록법, 관광숙박시설 확충 특별법 등등 그 영역과 분야가 212개에 달한다. 여·야가 이견을 보이지 않던 법안들 212개가 9시간 만에 속결되는 순간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관련 법안에 생계를 또는 생사를 걸었을 중대한 사안들이다. 이들을 수수방관하다가, 12월 마지막날 이렇게 처리해 버렸다. 참으로 화통(火)한 국회의 모습니다.
212개 법안들 가운데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 재연장안이 통과되었다. 2004년 제정된 법안은 지역신문의 건전한 발전 기반을 조성하여 여론의 다원화, 민주주의의 실현 및 지역사회의 균형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정 당시 6년 한시법이었으나 2010년 6월 법의 시한이 연장 개정되었고, 2016년 12월 31일 폐지될 법안이 당일, 2022년 12월까지 다시금 연장된 것이다. 전국 일간지 종사자들에게는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기에 비교적 무관심한 이슈였다. 그러나 지역신문종사자들에게는 법률안의 통과는 반가운 일이었다. 특히나 지원정책의 직접적인 수혜자들에게는 중요한 정책의 연장이었다.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이 제정된 지 11년이 지났다. 그리고 6년간의 한시법이 두 차례 연장되었다.정부의 신문 지원정책이 과연 지역신문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지역신문발전을 위해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했다. 발전 기금을 통해 저널리즘의 질을 높이고자 했고, 변화하는 인터넷 시대에 맞춰 뉴미디어 기반을 구축했으며, 소외계층에 대한 구독료 지원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같은 지원은 지역신문사들에게 유가부수의 증가를 도왔으며 매출이 안정화되고 부채가 축소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지역신문사들의 경영 안정화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급변하는 다매체 시대에 종이신문을 읽지 않는 소비 풍토는 전체 신문 시장의 위기를 가중시켰고, 지역신문도 변화하는 시장에 대처,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는 게 사실이다.

더구나 정부의 지역신문 지원 정책은 선정된 몇몇 신문사들로 한정된다. 2015년도에 선정된 지역일간지는 27개, 지역 주간지는 37개였다. 그리고 2016년, 올해에는 28개 지역 일간지와 40개 지역 주간지들이 선정되었다. 전국에 114개의 지역 일간지와 540개의 지역 주간지들 가운데 일부가 지원사로 결정된 것이다. 누구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라는 정책의 수립은 법안의 존재적 가치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원 정책이 얼마나 큰 성과를 얻고 있으며 그 성과를 위한 노력이 얼마나 다양한지 필자는 조금 회의적이다.
 
■ 오늘날 독일 신문사들에게 신문 지원정책은 낯선 표현이다. 왜냐하면, 독일 정부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오직 신문사의 부가가치세를 감면하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1989년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는 "국가가 일부 신문사에 대한 재정 지원은 시장 경제에서의 자유 경쟁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이후 독일에서 신문 지원은 사라졌다.

헌법재판소 판결 이전의 상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68년에 시행된 지원정책은 재정 상태가 열악한 언론사에게 경영 자금을 저리로 대여했고, 1972년부터 할인된 우편 요금으로 신문을 운송할 수 있었다. 그리고 74년부터는 긴급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도산 위기에 놓인 소규모 언론사들에게 자금 대여가 있었다.

이 같은 정부의 신문 지원정책은 1960년대에 나타났던, 몇몇 신문사들의 독점 자본을 가로막기 위한 정부의 시장 개입이었다. 당시 정부의 신문 지원정책은 소규모 신문사들의 생존 위기를 우려한, 공정한 언론과 다양한 여론 형성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었다. (1989년 폐지된 신문 지원정책의 논의는 다음 기고문에서 서술하고자 함)
 
■ 요즘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이 주먹구구식이라는 논란이 한창이다. 정부의 예산 부족으로 초래된 보육대란은 물론, 성남시의 복지정책을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촌극을 벌이는 상황들이 모두 가관이다. 문제의 핵심은 정부가 복지 예산을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지역신문의 발전 기금이 마련되었고, 관련 법안이 재연장된 것이다.

1960년대 독일에서 신문 지원정책이 한창이던 당시, 학계와 정치계 그리고 시민들의 문제의식은 "과연 정부의 돈을 받는 언론이 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까?"였다. 신문 시장의 독점을 막기 위해 불가피했던 정부의 지원이 언론사의 귀와 입을 가로막는 결과가 초래되면 안 될 것이다. 10년간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면, 이제 독자적인 발전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의 지원이 약이 되도록 해야 한다.
 
■ 지역신문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신문시장에 대한 중재나 시장의 활성화에 목적을 두고 있지 않다. 중앙지 몇몇 개가 전체 신문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기이한 신문시장에서 공정한 언론활동과 다양한 여론 형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이 존재한다. 그러나 관련 정책이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선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 정계와 학계에서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정책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신문발전지원은 지방자체단체에서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의 지원을 받는 신문사들은 지원의 의존도를 낮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약이 독이 되는 순간 신문의 논조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정부의 지역신문 지원 법안이 우선 2022년까지 연장되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정부가 지원을 계속할지 불분명하다.

분명한 사실은 신문의 언론 활동은 자본주의 시장, 즉 상품의 질이 판매와 연결되는 시장의 법칙에서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신문을 위한 지원 법안의 존재적 가치는 정책에 대한 올바른 활용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이 민주국가이며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은 헌법의 선언일 뿐, 중요한 것은 신문의 올바른 기능과 역할이며 비판적 국민의식을 통한 민주국가로의 정치적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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