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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희망읽기 62]빅 데이터 시대의 지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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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희망읽기 62]빅 데이터 시대의 지역사회
  • 장호순교수 (순천향대 신문방송학)
  • 승인 2015.05.03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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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성완종 의원으로부터 금품수수 의혹을 강하게 거부했던 이완구 전 총리를 빼도박도 못하도록 만든 것은 각종 전자기록이었다. 그들 사이에 오고 갔다는 돈은 추적이 어려운 현찰이었지만, 두 사람의 행적은 신용카드와 은행통장은 물론이고 휴대전화, 네비게이션, cctv 등을 통해 고스란히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주도면밀하게 세상을 속이며 아날로그 시대를 살아왔던 사람들이라도 디지털 시대에는 자신들의 비리를 감추고 살기 힘들게 된 것이다.
 
이제 한국사회는 바야흐로 빅 데이터(Big Data)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빅 데이터란 사람들의 각종 행동과 생활양식이 디지털 기록으로 축적된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매일 수천만 건의 지하철 승차기록이 컴퓨터에 저장되고, 간단한 통계 소프트웨어로 승객의 이용빈도나 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어느 구간을, 어느 요일, 어느 시간 대에 승객들이 많이 이용하는지 파악할 수 있고, 그러한 자료를 활용해 배차간격을 조절하면 승객의 편의도 높이고 지하철 운영경비도 절약할 수 있다. 과거에는 지하철 승객의 이용빈도와 같은 방대한 통계자료는 수집하기도 어려웠고, 분석하는데에도 상당한 기술과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이제는 가정용 컴퓨터로도 그러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미디어 분야에도 빅 데이터로 인한 큰 변화가 예상된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종이신문이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났다면, 빅 데이터 시대에는 광고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광고의 역사를 보면, 시장 노점에서 "사세요"라고 외치던 사람들이 점포를 차리고 간판을 달았고, 간판을 달았던 업자들이 규모가 커지면 신문이나 TV에 광고를 했다. 그런데 세계적인 대규모 광고회사들은 이제 미디어를 이용하는 광고는 점차 줄이고 빅 데이터를 이용한 마케팅에 투자하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 광고는 모두 낚시와 비슷했다. 고기가 어디있는지 몰라서 바늘에 미끼를 달아 물속에 던진 후 마냥 기다리는 낚시와 큰 차이가 없던 것이다. 내가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소비자들이 누구이고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 큰 소리로 손님을 부르거나 큼직한 간판을 달고 손님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규모가 큰 사업자들은 많은 비용을 지불하며 신문과 방송 광고를 이용했다. 그런데 낚시와 광고에는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낚시는 취미활동이고 광고는 생존활동이기 때문이다. 낚시로 처자식 먹여 살리고 자녀교육 시키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광고 외에 소비자를 낚아올 방법이 없어, 대기업이나 자영업자 모두 비효율적인 광고에 의존해야 했다.
 
그러나 빅 데이터 시대에는 굳이 낚시성 광고를 할 필요없다. 어군탐지기로 고기떼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요즘의 어부처럼, 각종 데이터를 통해 내가 필요한 고객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돈을 쓰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 업체들은 자신들이 확보한 고객정보를 이용해 신차를 구매할 시기가 된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다. 대기업 뿐만아니라 지역사회의 자영업자들도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요식업자라면 자기 지역에서 어떤 음식이 어떤 가격대에 어느 시간대에 잘 팔리는 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자동차 정비업자라면 지역사회에 어떤 회사 어떤 모델의 차가 많은지, 운전자들이 언제, 어떤 정비를 많이 받는지 등을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대소 규모를 막론하고 모든 사업자들이 빅 대이터를 활용해 잠재 고객의 수요와 동향을 예측해 경영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지역사회는 간판광고 시대에 머물러 있다. 대도시는 물론이고 중소도시도 삼원색의 현란한 간판과 각종 플랭카드로 거리를 도배하고 있다. 광고효과도 적고 도시미관을 해치는 흉물이긴 하지만, 고객 정보가 부족한 지역 자영업자들에게는 다른 광고수단이 없는 탓이다.

선진국처럼 지역언론 매체를 이용한 광고가 활성화되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앞으로 지역사회가 빅 데이터를 잘 활용한다면 지역경제도 살리고 도시미관도 살리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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