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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77]'구로세무소'는 어디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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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77]'구로세무소'는 어디여야 하는가?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15.03.14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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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대여섯 권은 족히 되는 것 같다. 세금 관련한 책을 구로도서관에서 빌려온 게 말이다.

세금 관련 서적들을 읽지는 못하고 이리저리 훑어보다보니 잘 사는 사람들은 다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세상에! 이렇게 복잡하고 골치가 아플 수가 없다.

물론 세금을 떼먹고 싶은 생각은 없다. 돈이 아깝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내 몫을 내는데 소홀하고 싶지도 않다. 돈 없이는 세상이 굴러가지 못할 터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요즘 말하는 '호갱'이 되어 감당할 필요도 없는 것들을 감당하고 싶은 마음도 절대 없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똑똑하고 선량한 국민이 되는 것은 너무 어렵다. 우선 아차차 하면 날짜를 놓쳐 버린다. 세금신고, 과세자료 제출, 납부까지 오늘은 또 뭘 놓치지 말아야 하는 날인가 신경이 곤두선다. 또 뭔 말들이 그리 어려운지 통 알아먹지를 못하겠다.

아이들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들께서도 갑자기 세무의 영역으로만 들어오시면 근로소득자와 사업소득자 혹은 기타소득자 등등으로 구분이 된다. 처음에는 아예 그런 줄도 몰랐다. 그러다 구분을 해야 한다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도대체 구분이 안되는 것이다. 너무 답답한 마음에 본인들께 "혹시 무슨 소득자세요?"하고 묻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지르기도 하였다.

아니 뭐 그건 차라리 심오한 질문 축에 든다. 연말정산을 할 때 20세미만의 자녀는 도대체 언제가 기준인지 또 부양가족수 계산은 어떻게 하는지 때로는 이런 간단한 질문도 왠지 확실하게 대답하기가 어렵다.

실은 우리의 실제 삶은 그렇게 정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한심하다는 자괴감이 들면서 온 국민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법률, 세무, 행정, 금융 등등에 관한 지식체계들은 어째서 이렇게 복잡한 작동원리와 보기만 해도 몸서리가 쳐지는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는가 괜히 성질이 났다.

그런 전문가들에게 척척 일을 맡길 수임료를 낼 돈도 없고, 세세한 걸 물어볼 만한 친한 세무사나 변호사, 금융전문가나 행정전문가 한 명도 없는 나 같은 일개 시민은 툭하면 불법 행정, 불성실 납세 혹은 범법 등의 멍에에 걸려들기 일쑤겠구나 하는 생각에 속이 쓰리다. 물론 공적 자문체계나 공적 안내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건 그야말로 자문(諮問)이 아닌 공문(公文)일 뿐이다.

그럴 때 구로세무소라도 좀 가까이 있으면 얼마나 좋으냐 말이다. 왜 구로세무소란 이름을 달고 영등포에 가 있느냐 말이다. 몇 달 전에는 구로세무소 의자에 철퍼덕 앉아서 거의 고해성사를 하는 분위기로 세무 공무원과 조금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점점 더 나는 다소곳한 자세로 바뀌어 갔고, 그는 분명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절로 터져 나오는 '전 바보입니다.'란 말을 똑똑히 알아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그런 만남조차 의미가 없던 것은 아니다. 바로 그 후부터다. 그가 한 몇 마디 말들에 의지하여 맹인이 눈을 뜨듯 세무관련 서적들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하기가 말이다. 2월이 다가오자 한 번씩 센터의 다른 교사들에게 "나 이 달에 연말정산해야 해요!"하며 비장한 분위기를 잡곤 했다. 아마 그 말을 못 듣고 내 얼굴 표정만 본 사람들은 "나 이 달에 수술받아야 해요." 뭐 그런 말이라도 하는 줄 착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어제는 바로 10일이었다. 매달 원천세를 신고하는 날짜다. 아침에 목욕재개하고 하루 종일 북적거리던 아이들과 다른 교사들을 모두 돌려보낸 뒤 밤 9시가 다 되어 비장한 마음으로 국세청 홈텍스에 접속했다. 거의 마지막 단계까지 다 이르렀는데 역시 제출이 안되는 것이다. 뭐가 어떻다면서 쫙 주의문이 올라오는데 포기하는 내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이다.

그러나 성태숙 선수는 포기하지 않고 주의문을 인쇄하여 신중하게 번호를 맞추어가면서 드디어 문제를 해결하고 10시에 원천세를 제출하였다.

대한민국 만세다. 성태숙 만만세다.


[편집자 주] 오늘날, 구로세무소의 바른 표기는    구로세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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