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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72] 가난에 대한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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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72] 가난에 대한 '낙인'
  • 성태숙 시민기자(구로파랑새나눔터 지역아동센터장)
  • 승인 2015.01.31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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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웬 젊은 여자 분이 파랑새로 전화를 걸어와 다짜고짜 찾아갈 테니 위치를 알려달라는 것이다. 말을 들어보니 꽤 거리가 있는 곳이어서 망설이고 있는데, 차가 있으니 걱정 말고 주소만 알려달란 것이다.
아무래도 아이 문제 때문인 것 같은데 차까지 있는 집이면 우리랑은 인연이 멀겠다 싶었지만 일단 주소를 알려드리고 기다렸다.

그렇게 두 어머니께서 초등학교를 입학할 예정이라는 아주 귀여운 꼬마 두 명과 파랑새를 찾아오셨다. 예전 같았으면 전화를 받고 눈치를 채자마자, 우리 기준과는 맞지 않을 것 같으니 다른 곳을 알아보시는 게 좋겠다고 아예 초반에 잘라버렸을 것이다.

그런데 이사를 오고 나서 아이들 정원이 남아서 걱정스럽기도 했고, 지역아동센터도 언제까지 계속 저소득 가정의 아동들만을 받는 것이 좋을 것인가 하는 문제제기도 있어서 한 번 뵙자 싶었던 것이다.

시설을 둘러본 두 분은 그런대로 만족스럽다며 이번에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안내문을 요구하셨다. 대략의 안내문과 설명을 들으시더니 이 역시 꽤 만족스럽다며 꼭 아이를 보내고 싶다는 것이다. 그 때까지도 마음을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눈치를 알아채셨는지 더더욱 강경하게 본인들의 딱한 처지를 말씀하시며 꼭 보내고 싶다 간청을 하신다.

또래보다 조금 체격이 작다는 두 아이도 너무 앙증맞게 귀여워 보였다. 이런 아이들이 왔다 갔다하며 귀여운 말로 조잘대는 것을 보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이 많이 흔들렸다. 그래서 일단 구청에 서류는 넣어보자고 말미를 짓게 되었다.

만약 구청에서 된다고 한다면 이참에 모른 척하고 이 귀여운 아이들도 돌보고, 한꺼번에 네 명이나 들어온다고 하니 정원 문제도 해결을 보고 좀 편하게 살자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두 분이 어디서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오셨는지 중학생은 있는지 다른 아이들은 어떤지 조심스럽게 물으신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전용 센터로 옮겨가 파랑새에는 이제 한 명의 청소년만이 남아 있다. 그 아이도 보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은 하고 있지만 그리 서두를 일은 아니라서 몇 달 안에 해결을 볼 참으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더욱이 이번에 중학교에 올라가는 아이들이 굳이 옮겨가지 않겠다고 해서 그게 지금 더 고민이다.

대략 상황을 말씀드리니 중학생 아이들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부모님 마음에서 안전한 환경을 바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면서도 역시 불편한 기분을 떨치기 어려웠다.

그런데 구청에서 덜컥 허락이 떨어지고 말았다. 사실 이게 아닌데 싶어 없던 일로 되돌리려 했지만 허락이 떨어져 그도 어렵겠다는 답변만을 받게 되었다.

그 날 이후 점점 더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찾아오고 있어서 그 날의 실수가 참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교사회의에서 그래도 일단 한 약속은 지키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이 내려져 마지막 입소 준비를 위해 전화를 드렸다. 이미 사전에 아이가 올 날짜까지 이야기를 들어놓았다고 하니 간단한 사실 몇 가지만 확인하면 그만인 상황이었다.

구청에서 마지막 처리를 얼른 마치라고 계속 부탁을 해오니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자 싶어 전화기를 집어 들게 되었다.

그런데 한 분이 또 파랑새 아이들 이야기를 꺼내신다. 청소년들은 몇 명이나 되는지, 계속 거기 있을 것인지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마음의 문이 턱 닫혀 버렸다. 결국 좀 보류하겠단 말을 듣고 다음 집에 전화를 걸었다.

비슷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속에서 괜한 울분이 치솟는 것을 느끼며 가까스로 이야기를 끝냈다. 월요일에 와서 보고 결정을 하겠다고 했지만 모욕감 비슷한 것에 괜히 몸이 떨려왔다. 아마 옆에 파랑새 아이들이 있었다면 붙잡고 오열을 했을지도 모른다. 낙인이 화상처럼 아프다.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아이에게 던지는 시선이 너무 가혹하다. 이 가혹한 낙인, 차라리 그것에 찍혀 죽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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