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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 이야기 63] 위로만 올라가는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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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 이야기 63] 위로만 올라가는 '돈'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14.11.28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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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역아동센터들은 국회에서 대규모 토론회를 열었다. 지역아동센터는 2004년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면서 민간의 순수 활동이던 공부방들이 지역아동센터로 법제화가 되었으니 올해 복지시설이 된지 만 10년을 맞이한 셈이 된다. 대부분의 다른 사회복지시설들은 지방정부로부터 운영비 등의 예산지원을 받고 있지만, 지역아동센터는 중앙정부 예산과 지방정부의 예산이 일정 비율로 섞어서 운영비가 지원되는 방식이다.

그래서 해마다 예산을 편성하는 철이 되면 국회를 드나들며 지역아동센터의 어려운 사정을 직접 호소하고 운영비 예산을 올려주길 청원하고 다녀야만 한다. 토론회도 그런 의미에서 마련된 자리로 기조 발제자로 토론회에 참석을 하게 되어 미처 못 챙긴 자료를 마저 챙겨서 서둘러 택시를 타고 가게 되었다.

철이 철인만큼 안 그래도 붐비는 국회가 더 시끌벅적해 보인다. 사실 이맘 때 국회에서는 어지간해서는 사람 대접받기 어렵다. 의원님은 고사하고 보좌관들도 모두 회의 참석중이라며 얼굴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자료만 드리고 갈 터이니 꼭 좀 검토해달라고 사정을 하고 나오지만 뒷꼭지가 언제나 서늘하고 찜찜하다. 정말 우리 자료를 보기나 할까 별로 자신이 없다.

얼마 전에는 국회 본청 로비에서 보좌관에게 흥분 하며 화를 내시던 어르신을 뵌 적이 있다. 처음에는 조곤조곤 말씀을 하시더니 그것은 어렵겠다는 말씀을 들었는지 화를 내기 시작하셨다. 보좌관도 조금 참는 기색을 보이더니 이런 식이면 올라가겠다며 그냥 자리를 떠나버리는 것이다. 이 모습에 격분을 한 어르신께서 앞에 놓여있던 음료수 캔을 쇼파 너머로 내던지며 언짢은 기색으로 화를 내셨지만 결국 그 보좌관은 돌아오지를 않았다. 화를 이기지 못하시고 의원방까지 전화를 해서 보좌관 성토를 하시는 모양이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못했다.

어쩌면 국회는 늘 이런 식이다. 오히려 이맘때가 되어 국회에 오면 더 눈에 띄는 것들이 있는데, 바로 로비에 가득한 선물꾸러미들이다. 명절 때와 이때를 기다려 전국 각지에서 온갖 물건들이 바리바리 올라온다. 명절에는 선물나래비와 이를 배달하는 택배차량으로 국회 앞이 과연 장관을 이룬다.

그 모습을 보며 이런다고 정말 될 일이 안되고, 안 될 일이 되는 것일까 싶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아무 것도 줄 것이 없는 지역아동센터 처지가 한심스러워 한숨이 난다. 오히려 우리 지역구도 아닌 모 의원은 명절날 그렇게 들어온 멸치 한 상자를 센터 아이들과 나누어 먹으라고 보내주신 일도 있으니 얻어먹지나 않으면 오히려 다행인 셈이다.

몇 년 전 처음으로 국회를 돌며 지역아동센터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며 예산지원을 부탁하던 그 때를 떠올리면 새삼스럽다. 얼마나 위축되고 위화감이 들던지, 생전 절대 영업은 못할 성격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굳게 닫힌 의원실문 하나하나를 두드려가며 예산청원을 하고 다니자니 죽을 맛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해도 절대 아무렇지도 않게 되질 않았다. 마치 하지 말라는 일을 하며 억지를 쓰는 사람마냥 느껴져 어째서 이 따위 일을 시작해서 이런 꼴을 당하는가 하고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없다는 돈을 무슨 수로 달라고 할 것인가 하늘이 노래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 돈이 없으면 옴쭉달싹할 수 없는 형편이니 우는 소리, 죽는 소리를 안 할 수 없다. 먹고 사는 일의 지겨움과 비루함에 손발을 다 들고 만다. 하도 힘이 드니  차라리 돌아서서 "돈이 없다는데, 어떡하죠? 그냥 우리가 좀 더 참으면 안될까요?"하고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을 설득해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 의원님 한 분이 거의 지역아동센터 한 개소를 운영하는 것보다 더 많은급여를 받으신다. 돈은 없어도 자신의 급여와 처우만은 확실히 챙기신다. 그러니까 너희에게 줄 돈은 없고 내가 받을 돈은 있는가 보다. 사람 위에 사람 있고, 사람 아래 사람 있는 세상이다. 돈은 그러니까 위로만 올라가는 것이다. 돈이 아래로 내려오는 법은 거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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