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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희망읽기 52] 디지털 시대의 지역신문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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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희망읽기 52] 디지털 시대의 지역신문 생존
  • 장호순 교수(순천향대)
  • 승인 2014.11.08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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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간지역신문 발행인이 필자에게 조언을 요청해왔다. 하나의 지역신문으로 두 곳의 지역주민들에게 뉴스를 제공하는 방안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물었다. 예를 들면, 경기도 A시와 B시는 인접 지역인데, 두 지역의 신문을 하나로 통합해 A시와 B시에 동시에 배포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필자의 조언은 단호한 반대였다. 가뜩이나 신문이 쓸모없어진 시대에 더욱 더 쓸모없는 신문을 만드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인터넷 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그 효용가치나 사회적 지위가 현저히 격하된 것 중 하나가 바로 신문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전체 가정의 75%에서 신문을 정기구독했는데,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그 비율이 이제는 20%내외로 줄었다. 한때 지하철에서 무료로 나눠주던 신문이 인기를 끌었지만, 이제는 승객들에게 귀찮은 존재로 전락했다. 종이신문의 구독자가 줄어드는 것은 나라 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신문을 보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신문읽는데 사용하고 있다. 다만 종이대신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통해 신문을 읽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독자들이 종이신문을 외면하는 것은 "종이"때문이 아니라, 종이신문에는 "쓸모없는 뉴스"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필요한 뉴스나 재미있는 뉴스만을 골라볼 수 있는 인터넷으로 독자들이 옮겨간 것이다. 게다가 인터넷신문은 구독료도 내지 않는다는 매력이 있다.

독자들이 종이신문에서 인터넷신문으로 뉴스의 주된 공급원을 바꾸면서 신문업계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일단 종이신문, 즉 일간신문이나 주간신문은 독자가 줄었고, 그로 인해 광고가 줄었고, 경영이 어려워졌다. 인터넷신문들도 경영사정이 좋지 않긴 마찬가지이다. 종이신문처럼 구독료를 받지 못해 안정된 수입원이 없고, 광고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데 광고주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종이신문이나 인터넷신문 모두 최소한의 비용으로 신문을 제작해야하고, 뉴스의 질적 수준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요즘 대부분의 신문기사는 보도자료를 베끼거나 짜깁기 한 것들이다. 경영타개 책으로 요즘 신문사들이 선택한 방법이 소위 "낚시 제목"이다. "충격," "폭로," "대박" 등 기사내용과는 관련없는 제목으로 독자를 유인하고, 그렇게 유인한 독자들의 숫자를 근거로 광고주에게 광고료를 받는다. 그러다보니 광고주들은 신문광고를 더욱 회피하게 된다.

휴대전화로 인해 공중전화가 무용지물이 되고, 태블릿PC로 탁상용컴퓨터가 애물단지가 되듯, 인터넷 등장으로 종이신문의 효용가치가 급락해버렸다. 그럼에도 아직 종이신문이 생명을 유지하는것은 디지털 시대에 완전 적응하지 못한, 즉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사용에 미숙한 40대 이상의 장년층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20-30대가 중년기에 접어드는 20년 후면 종이신문은 완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신문이 디지털시대에도 살아남으려면 독자들에게 유용한 지역뉴스를 제공하고, 그렇게 확보한 독자들을 토대로 광고주를 확보하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지역신문도 디지털 시대에 맞는 뉴스보급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독자에게 "쓸모있는" 지역뉴스를 선별해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시장군수 선거에 관한 뉴스는 그 지역 유권자들에겐 모두 필요한 뉴스이다. 그러나 교육감 선거에 관한 뉴스는 학부모 외에는 관심도가 낮거나 불필요한 뉴스이다. 디지털시대 지역신문이라면 일반독자에겐 시장선거를 톱뉴스로, 학부모독자에겐 교육감선거를 톱뉴스로 제공할 수 있어야한다.

물론 각각의 독자에게 유용한 지역뉴스를 골라 제공하기는 쉽지 않다. 독자들에게 어떤 뉴스가 유용한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신문사가 독자들의 연령, 성별, 주거지역, 기사구독방식 등을 통해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려면 독자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신문사 직원을 확보해야 한다. 지역사회에 필요한 뉴스를 취재, 제작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뉴스를 효과적으로 각각의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신문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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