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19 09:21 (금)
'돈 주려는' 구청 '마다하는' 학교
상태바
'돈 주려는' 구청 '마다하는' 학교
  • 신승헌 기자
  • 승인 2014.04.29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로구가 서울시에서 자치구를 대상으로 공모한 '교육우선지구'에 선정됐다. 2012년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혁신교육지구'로 지정되고, 지난 2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교육부의 '학생안전지역 시범구'에 선정된 데 이은 결과다.
 
◇ 3억7천만원 지원하려했더니= 서울시가 선정한 '교육우선지구'는 시교육청에서 실시한 혁신교육지구사업 중 성공적인 프로그램을 확대해 교육격차를 완화하고 교육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실시하는 사업이다.

서울시 자치구 중 총 19개 구가 공모한 이번 사업에서는 11개 구가 선정돼 사업의 성격에 따라 1억 원(3개 구)에서 3억 3,700만 원(8개 구)까지 차등 지원 받는다.

구로구는 '가고 싶은 학교, 살고 싶은 마을 만들기'를 테마로 ▲문화예술체육 협력교사 지원 ▲교과와 연계한 체험활동학습비 지원(중학교1학년) ▲인문계고 방과 후 진로상담·직업교육 지원 ▲구로청소년문화예술 창작 공간 지원 등 특화된 4개 분야 지원 사업을 제안해 3억 3,700만 원을 지원 받는다.

이처럼 구로구를 '교육 특별구'로 만들기 위한 사업들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사업의 수혜대상인 일선 학교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일부 학교 신청했다 취소 = 지역의 중학교 교사 A씨는 지난 15일 "교육우선지구사업 중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학교학습비 지원' 프로그램에 학교가 신청을 했다가 돌연 취소했다"며 "한 해 학급운영비의 4배에 달하는 금액을 '학생복지 및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사용하라고 주겠다는데도 스스로 걷어차는 게 말이 되느냐"며 울분을 토해냈다.

해당 학교는 이달 초 구청이 지역 내 9개 중학교를 대상으로 교육우선지구사업수요조사를 실시할 당시 제일 먼저 사업신청을 하였다가 "특정 학년에만 혜택이 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며 지난 15일 구청에 사업신청취소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예술체육 협력교사 지원' 프로그램의 경우 초등학교 24개교 중 한 개 학교도 신청을 하지 않았다가 지난 16일에야 한 개 학교가 학교운영위원회(심의기구)의 결정에 따라 사업신청을 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혁신교육지구사업 시행 당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성공작'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과거 지역 내 초등학교 중에서는 이 프로그램의 지원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학교도 다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로구청은 초등학교 10개교, 중학교 13개교에 '문화예술체육 협력교사'를 지원할 계획이었다.

'인문계고 방과 후 진로상담·직업교육'도 마찬가지다. 구청 관계자는 "사업대상 8개교 중 1개 학교만 신청했다"며 "관내 학교들에게는 정말 필요한 프로그램이라 생각했는데 신청률이 이처럼 저조할 줄은 몰랐다"고 고개를 갸우뚱 했다.
 
◇ "정치적 이유로" vs "교육자치 훼손" = 이러한 상황을 바라보는 복수의 관계자는 "인사와 예산 등 학교에 대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시교육청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분석하고 있다. 일부 교사들은 "정치적 이유로 교육청과 학교가 아이들에게 다해야 할 책무를 져버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기도 하다.

혁신교육지구 및 혁신학교 등에 대한 사업의 지속 여부를 두고 지난해부터 서울시와 마찰을 빚어왔던 서울시교육청이 시가 교육우선지구사업을 포함한 '교육도시 서울 기본계획'을 지난달 27일 발표 하자마자 곧장 반대의 뜻을 나타낸 것과 관계가 있을 거라는 설명이다.

서울교육청은 지난달 28일 "교육청과 협력해 추진될 사안을 사전에 충분한 협의 없이 시가 일방적으로 발표해 법률이 보장하는 교육자치의 독립성과 가치를 훼손했다"고 항의한 바 있다.

한편 구로구청은 일선 학교 평교사들의 요구에 따라 지난 23일 '체험활동학습비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추가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사업신청을 한 학교는 3개교에서 11개교로 늘어났으며, 기타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변동사항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우선지구사업은 이달 말까지 지원대상과 범위 등 분야별 세부 계획을 수립해 5월부터 본격적인 지원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