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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정월 초하루 척사대회, 사라지는 항동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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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정월 초하루 척사대회, 사라지는 항동의 맛
  • 구로타임즈 기획취재팀
  • 승인 2013.12.0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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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동의 추억, 항동의 유산 <3>

항동 마을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들썩이던 날은 또 있다.

산신제 때는 부정타지 않도록 모든 것을 조심해야 하는 날이라면, 이날은 우렁찬 소리와 응원의 박수까지 터지며 한해를 시작하는 정월 초하루 '척사대회'가 그것이다.

"오류동역에서 황소타기 척사대회가 열려도 항동사람들은 안갔어. 온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한쪽에서 음식준비를 해 막걸리와 마시고, 쌀 한가마니 내건 걸찍한 윷놀이가 벌어지기 때문이지. 그게 사는 맛이지".

근래들어 쌀 한가마니는 금반지로, 다시 쌀 20kg 3포대(우승)와 2포대(준우승)으로 바뀌었다.

수십 년 전만해도  마을의 척사대회가 열리는 곳은 마을의 최고 고령이신 이종안어르신의  젊은 시절  집앞 너른마당이나 박세웅 어르신의 집 앞마당이었다.

또 항동 경로당과 어린이집이 있는 건물 앞 밭이 넓어서  척사대회를 하고 음식을 나눠먹기도 했다.

오래전에는 마을주민들이 추렴해서 마련한 돈으로 돼지를 잡아 음식을 장만해 인근 부천시 옥길동과 역곡동 주민들까지 와서 함께 즐길만큼 번성하기도 했다. 집집마다 장정 한사람씩 나와 패를 나눈 뒤 출전선수는 쌀이나 잡곡 한되를 참가비용으로 냈고, 이것은 다시 마을의 행사비용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던 마을윷놀이대회도 항동보금자리 개발바람에 마을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오랜 전통으로 내려오던 정월 초하루 척사대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열리지 않았다.  "항동보금자리 개발 관련해 대책위가 둘로 나뉘어지면서부터"라는게 한 마을주민이 전하는 이유다.

내년에는 열릴 지 모르겠지만, 최종적으로 열린 척사대회는 지난2011년. 정부의 항동보금자리주택 사업에 대항해 주민 권익을 지키기 위해 결성된 항동지구주민대책위가 마련한 '구정맞이 윷놀이 한마당'이었다.

설연휴기간인 2월4, 5일 이틀동안 항동지구 주민대책위 사무실 앞마당에서 40-60대 중장년층부터 80대 어르신까지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는  훈훈하게 진행됐다.       

이날 척사대회에서 남은 돈은 200만원 중 50만원은 항동노인정에,  150만원은 항동대책위 기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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