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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고객'이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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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고객'이라니 ...
  • 백해영 (구로2동)
  • 승인 2013.07.01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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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 안녕하십니까? 구로구청장 이성입니다. -중략- 저와 전 직원은 고객만족을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이며, 소통·배려·화합으로 함께 하는 새 구로 시대를 열겠습니다. 끝으로 고객님의 가정에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구로구청홈페이지 '구청장에 바란다' 민원글에 구청이 올린 답글이다.

내가 언제 고객이 되었을까? 내가 고객이면 공무원은 사원이고 구청장은 사장이며 구청이 하는 행정은 상품인가? 그러니까 주민은 그 상품을 이용하고 구매하는 소비자?

공무원과 주민은 상품의 제공자와 소비자의 관계가 아니다. 서로 협력해야 하는 동반자이고 주민이 보다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공무원은 공공서비스를 행하는 사람이다. 시장에서의 거래 관계적 '고객'이라 칭하는데 얼핏 보면 백화점의 점원과 같이 주민에게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태도인 것처럼 보이나 그것이 아니다. 주민을 상품을 사러 들른 소비자로 만들고 있다.

주민은 행정의 소비자이기도 하고 생산자이기도 하다. 어떤 것이든 이런 양면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그 중에서 공공서비스만 받는 소비자의 정체만 확대하여 대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구 행정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는데 주민이 아니라 고객이라니. 좀 어이가 없다. 돈과 기업논리가 정부와 공공영역에 파고들어가 경영과 효율 운운한 것이 아마 IMF 이후인 것 같다.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과 느슨함은 개혁해야 하나 그렇다고 해서 기업의 논리로 경영해서는 안 된다.

공공의 영역은 다른 가치와 철학이 있어야 한다. 공정하다든가, 평등하다든가, 투명하다든가, 공익적이어야 한다. 공무원을 점원 만들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주민이 주체이지만 한 번도 주체인 적이 없어 억눌려 살아온 주민이 주인이고 공무원은 공복이라고 원론적 상기는 해왔지만 한 번도 그래본 적은 없다.

공무원은 공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위치에 있을 뿐 점원이 아니고 공무원과 주민은 협력적 거버넌스를 해야하는 대등한 관계이다.

난 고객이 아니다. 주민이고 시민이고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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