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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희망읽기 14] 전쟁위협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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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희망읽기 14] 전쟁위협에 대한 단상
  • 장호순 교수(순천향대,신문방송학)
  • 승인 2013.04.15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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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아직 차지만 봄 기운이 지나가는 것을 완연하게 느낄 수 있다. 앞 마당에는 수선화가 활짝 피었고, 목련은 큼직한 꽃봉오리를 터뜨리고 있다. 진홍 동백꽃이 시들고 있고 영산홍 가지 끝에는 좁쌀만한 꽃망울이 맺히고 있다.

그러나 평화로운 봄날을 한가로이 감상하며 지낼 수 없는 시절이다. 언론에서는 연일 북한의 전쟁위협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만반의 대비태세가 되어 있다며 안심시키고, 북한의 반복되어온 심리전술이라고 치부하지만, "혹시나"하는 불안감을 완전히 떨칠 수는 없다. 그래도 주변에서 평온하게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위안을 받는다.

인간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보편적인 것이 "무지"이다. 특히 자신의 생명이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할 때 불안의 정도가 심해진다. 한국인들은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일부 외국인들이나 외국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무지"에 기인한다. 예를 들면, 미국 GM 사장은 전쟁위협으로 인해 한국공장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남북대치 상황이나 무력균형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나온 말이다.

또 다른 불안 요인은 언론보도이다. 한반도 전쟁의 위협에 대해서 보도하는 언론이 사안의 경중을 가려 적절하게 보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태국의 현지 언론은 서울 주재 태국대사관이 한반도에서 적대 행위 발생시 자국민을 일본으로 대피시킬 방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했고, 그 내용은 다시 한국 언론에 소개되었다. 그러면서 마치 전쟁이 임박해 주한 외국인들이 한국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전 세계에 주었다.

예를 들면, 태국 대사관이 자국민 피난용으로 확보한 것은 비행기 3대라고 한다. 그런데 남한에 체류하는 태국 국적인은 4만 4천명이라고 한다. 실질적인 대피계획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언론보도를 통해 그 내용이 알려지면서 전쟁 불안감을 확산시켰다. 그러자 북한은 다시 평양의 외교관들에게, 그리고 남한의 외국인들에게 대피하라는 경고를 이어가며 전쟁 위협의 수위를 높였다.

한편 한반도 전쟁위협이 고조되자 세계 유력 언론사의 기자들이 서울로 날아왔다. 비용절감을 위해 서울에는 상주 특파원도 배치않던 언론사들이다. 이들에게 "전쟁"은 가장 뉴스가치가 높은 사건이다. 전쟁은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며 불안하게 만들고, 불안한 인간들은 평상시보다 자주 그리고 오랜 시간 뉴스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쟁뉴스는 항상 톱뉴스가 되고, 시청자와 독자의 주목을 받는다.

그런데 전쟁보도를 위해 한국에 도착한 외국 언론인들은 "인지부조화"라는 심리상태에 빠진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실제 자신의 눈 앞에서 펼쳐진 광경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전쟁이 임박한 현장에 비장한 각오를 하고 왔는데, 한국 사람들은 "천하태평"인 것이다.

그들의 눈에 비친 한국사회의 생소한 모습은 한국인들의 "안보불감증"이라는 주제로 기사화된다. 미국 프로야구에 진출한 류현진 선수의 선발등판 기사에 주목하는 한국 프로야구 팬들의 모습에 남북대치 상황을 배경화면으로 깔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인의 "안보불감증"이 부각된다.

전쟁위기설은 "눈덩이 효과"도 만들어낸다. 한반도 전쟁위기에 관한 외신 기사는 일정기간 계속 생산되고 있다. 많은 비용을 지출하며 현장에 기자를 파견했는데 기사가 없다면 그 언론사 간부와 파견기자는 큰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기사거리가 없어도 기사를 만들어서 자신들의 판단을 정당화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은 그러한 언론의 작동원리를 알고 적절하게 시차를 두며 기사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어서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어 전쟁위기 뉴스가 사라지고, 평화로운 봄기운을 온전히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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