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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시대를 기다리는 또 하나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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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시대를 기다리는 또 하나의 이유
  • 장호순교수(순천향대 신문방송학)
  • 승인 2013.03.18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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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희망읽기 12]

지난 대선을 앞두고 여당과 야당 모두 유권자들에게 약속했다. 앞으로는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기대에 부응하는 달라진 정치를 하겠다고. 그러나 지금 정치판은 여전히 옛날 그대로이다. 아니 오히려 그보다 더 퇴보해, 사실상 국정마비상태에 이르렀다.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라며 선거판을 누볐던 박근혜 대통령은 장관이 모자라 국무회의도 주재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을 둘러싼 야당의 반발로 정부조직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탓이다.

박근혜 정부는 방송산업의 진흥을 위해서 미래창조과학부가 방송정책 주무부처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상파방송과 종편채널 그리고 보도전문채널은 방송통신위원회 관할로 남기되, 위성방송과 종합유선방송 등 유료방송의 허가권과 방송관련 법령의 제정권을 미래창조과학부에 주기를 원한다. 그러나 야당은 방송통신위의 권한축소가 방송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시킨다고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신문과 방송 관련 언론정책은 과거 정부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소위 "조중동"을 겨냥해 신문법을 제정했고, 이명박 정부는 "조중동"을 위해 방송법을 개정해 그들에게 "종편채널"이라는 방송국을 허가해주었다. 그리고 지난 대선에서 종편채널의 효과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종편채널들은 거의 하루 종일 선거관련 토론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일방적으로 여당 후보에게 유리한 방송을 내보냈다. 애초에 종편채널 허가를 반대한 야당진영이 종편채널 출연을 아예 거부한 덕분이다. 종편채널 선거방송의 주시청자들은 50대 유권자들로 지난 대선에서 82%라는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박근혜 후보지지율도 62.5%에 달했다.

반면 20대 유권자 층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비율은 33.7%에 불과했다. 문재인 후보 지지율은 65.8%였다. 비록 그들의 부모세대 만큼 높지는 않았지만 20대 유권자들도 68.5%라는 비교적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17대 대선 46.6%보다 21.9%가 높아진 것이다. 50대의 대선 투표율 상승폭은 5.6%에 불과했다. 향후 대선에서 20대 유권자들이 더 높은 투표율을 기록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결국 야당후보의 대선 패배는 20대 유권자들의 투표율 저조 탓이 아니라 50대 유권자들의 낮은 지지율 탓이었다.

야당이 다시 정권을 획득하려면 50대 유권자들을 자기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50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매체인 방송이 박근혜 정부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아야 하는 것이다. 야당의 입장에서는 방송정책 관할 부처가 미래창조과학부로 간다면 방송정책이나 구조가 여당에게 유리한 매체로 굳어지고, 결국 자신들의 권력탈환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진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거리에서 혹은 인터넷으로 열심히 선거운동을 해도 방송을 장악한 상대후보를 이길 방도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50대 지지층을 확대하는데 불리하기 때문이다.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매체가 권력교체기마다 여야갈등의 원인이 되고, 그로 인해 정치가 마비되는 현상은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선거를 치르지만, 실제로는 소수의 언론매체만 잘 통제하면 당선되어 정권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지역신문과 지역방송이 주축을 이루는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후진국형 언론구조와 정치문화가 상호 결합한 결과이다.

전국 각지에서 지역언론이 제 자리를 잡고 유권자 중심의 선거보도를 할 때, 그래서 권력과 언론의 결탁이 불가능하게 될 때에야 비로소 언론장악을 둘러싼 정치인들의 소모적인 정쟁이 중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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