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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 교육정책 '차별화'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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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 교육정책 '차별화'부터
  • 심형석 시민기자
  • 승인 2012.12.07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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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장 시책분야 답변을 지켜보고]
▲ 심형석

 구로구의회 정례회 기간 중인 지난달 30일 구의회 본회의장에서 혁신교육에 관한 이성 구청장의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홍준호 의원의 구정질문에 이은 답변이었다.


 이성 구청장은 '구로구명문고육성프로젝트'의 목적인 학력향상 및 명문대진학과, 서울시교육청이 지정한 '혁신교육지구'의 목적인 즐거운 학교 만들기의 조화를 말했다. 당시 구청장의 이야기를 듣던 중에 문득 들었던 생각을 풀어보려 한다.


 구로구와 강남권 간의 학력차이가 과연 공교육 때문일까? 구로구 초·중·고교에서 12년을 공부한 나로서는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공교육의 차이는 거의 없다. 오히려 강남권은 학교보다 학원에 충실한 분위기다. 유감이지만, 구로지역의 학력문제는 사교육 때문이다. 구로구는 사교육 여건이 여러모로 부족하다. 대치동으로 상징되는 학원가가 구로에는 없다. 구로구 학원 강사들의 교수능력이 강남권과 목동권 강사들보다 떨어지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또한 그런 학원가가 있다고 해도 비싼 학원비를 선뜻 내줄 수 있는 부모들이 얼마 없다. 구로의 상위권 학생들은 대부분 목동권 학원을 좀 다녀 본 아이들이다.


 사교육의 혜택이 적은 구로구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험', '자아발견', '진로설정' 등으로 학구열을 심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구청의 정책을 보면, 고교논술수업과 영어, 수학 등 학과보충수업 중심이다. 오류고의 경우 유능한 강사들이 보충수업을 해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수혜자가 너무 적었다. 여러 학교 학생들이 모여 수업 받는 논술수업의 경우 각 학교 선생님들이 가르치고 있다. 죄송한 얘기지만 필자는 고교시절 그분들께 들었던 논술수업과 이후 학원에서 받은 논술수업의 큰 격차를 경험했다. 학생들은 학과보충수업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적다.


 즉, 아무리 공교육을 강조한다해도 대학입시와 학력경쟁에서는 학원을 이기기 힘들다. 구로구는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고 할 것이 아니라 타 지역과 다른 새로운 교육정책을 펼쳐야 한다. 구로구의 학생들은 사교육을 적게 받아 유독 창의적이라고 한 교사가 말했다. 이런 장점을 살린다면 장기적으로 볼 때, 훌륭한 지역인재들이 나오리라 확신한다.


 구청이 해야 할 일은 효과 없는 보충수업이 아니라 학교를 가지 않는 토요일, 늦잠을 자거나 동네를 방황하는 아이들을 깨워 고궁, 박물관, 과학관으로 데려다 주는 것이다. 또 케이블 방송과 인터넷의 영양가 없는 콘텐츠에서 벗어나도록 청소년문화 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당장 명문대를 보내 '실적'을 높이려는 구청과 학교의 입장도 이해는 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우리 구로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이름만 거창한 학습지원보다는 초등학교, 중학교, 또는 유치원부터 지원해야 마땅하다.


 입학사정관제로 연세대에 합격하게 된 필자는 이번 경험으로 성적보다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가끔 전교 1등을 보면 교과서 공부만 알지, 폭넓은 사고와 창조능력은 지극히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성적은 좋을지라도 과연 이런 아이들을 훌륭하게 자랐다고 말할 수 있을까? 청소년기는 정체성이 유연하고 생각이 자라는 중요한 시기다. 아이들이 자아에 대해 생각하며, 풍부한 경험을 통해 진로를 설정하는 일이 더 시급하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큰 인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 날의 경험과 동기부여는 인생이라는 거목을 키우는데 고갈되지 않는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 심형석 시민기자는  오는 3월 연세대 국문학과 입학을 앞둔 예비대학생으로, 수궁동에 소재한 초·중·고교를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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