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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301]구로는 예술대학 7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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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301]구로는 예술대학 7기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2.12.07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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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구석구석이 진짜 예술"

 "구로의 일상에서 예술을 발견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삶을 공유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배웁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예술이 된다면 인생은 좀 더 재미있고 가치 있고 즐거워질 수 있습니다."


 <00은 대학연구소>에서 주관하고 구로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사업 '구로는예술대학'은 2010년에 개교했다. 하지만 번듯한 학교건물이나 교직원, 정해진 커리큘럼도 없다. 그저 구로 전체가 캠퍼스가 된다. 배우고 싶은 과목을 스스로 찾아내며, 가르치고 싶은 무언가를 가진 자라면 누구나 가르칠 수 있는 대학이다.


 1기는 3개월로, 올해로 벌써 7기의 졸업생을 배출했다고 구로는예술대학 매니저 박종호 씨(31)는 말한다. "인터넷이 아무리 발달하고 교육이 복잡해져도 사람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지혜가 있잖아요. 순간순간을 소중하고 특별하게 느끼고, 타인과 나누게 될 때 비로소 예술 작품이 되고, 누구나 예술가가 됩니다." 청년 학생들은 마을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일상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상상을 현실로 실현한다.


 올해도 7기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로 6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재봉틀을 매체로 마을 사람들과의 소통을 시도한 '참새공방', 춤을 배워 지역 학교나 회사, 노인정을 찾아다니며 강습을 하자던 '토요일밤의 열기', 구로의 간지나는 곳을 찾아다닌 '구로커', 힙합을 통해 아웃사이더 청소년을 치유해주고 싶은 '구로는 예술고등학교', 항동 개발과 보존과의 갈등을 영화화한 '구로시네마', 만다라 그림을 통한 심리치유를 시도한 '아웃사이드아트' 등이다.


 '참새공방'을 맡은 최하나 씨(27)는 오류동에 7년 동안 살면서 한 번도 동네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늘 곧 떠날 곳이라는 생각이 더 강했다. 그 즈음 '구로는예술대학'을 알게 됐고, '내가 사는 곳을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보자'는 마음이 들어 참여하게 되었다.


 최하나 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면서 재봉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재봉틀을 통해 사람과 사람의 소통을 꿈꾸었고, 그것을 실현시켰다.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체촌(신체치수측정) 등 간단한 스킨십으로도 사람들은 쉽게 친해질 수 있거든요. 올해 2번의 마을축제에 찾아가 헤어밴드를 만들면서 주민들과의 자연스러운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그 외에도 토요일밤의 열기나 구로는예술고등학교, 구로시네마 등은 관련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그 재능을 서로 나누고, 실천하는 그야말로 자학자습의 장이 되었다.


 '참새공방' 참여자로 들어간 최윤정 씨(24)는 2013년 기획자를 꿈꾸고 있다.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하면서 의상을 복수전공한 최윤정 씨는 그 두 전공의 접합점을 찾던 중 '참새공방'최하나 씨를 만난 것.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문화예술과 마을만들기를 접목한다는 추상적 시도에서 구체적 실천과정을 경험했고요. 그리고 그 결과를 공유했죠. 내년엔 실무자로 참여해 예술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마을을 기획해보고 싶어요."


 구로는예술대학을 통해 처음 구로에 온 최윤정 씨는 "조금만 낡았다 싶으면 허물고 새 건물이 쭉쭉 들어서는 요즘, 구로엔 역사를 느끼게 하는 곳이 아직 남아있어요. 사람 산 흔적이 많아 좋고, 다양한 모습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10년간 개봉동에 살다가 작년 송파구로 이사한 김주리 씨(20)는 친구 소개로 '토요일밤의열기'에 참가했다. "구로에 살 때는 친구들과 놀고 싶으면 당연히 구로 밖으로 나갔었죠. 그런데 구로 곳곳을 소개받다보니 이 안에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있더라고요. 살면서는 잘 몰랐었어요. 특히, 항동 기찻길은 데이트 코스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힐링코스로 꼭 추천합니다."


 구로는예술대학을 졸업하면서 '그동안 나를 어떤 틀 안에 가두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김주리 씨는 대안학교로의 진학을 결심했다.


 00은대학연구소 우민정 연구원(28)은 "내부형성모임이 외부로 확장되기 쉽지 않은데 이곳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 구성원 안에서 끝나지 않고, 공유하고, 발전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참여한 청년들이 성장하더라. 자신만 즐거우면 된다는 이기심이 아닌, 나누고 소통하고, 공유할 때 비로소 문화가 싹튼다"고 강조했다.


 2010년, 구로는예술대학 1기 학생으로 참여했던 박종호 씨는 그 해 7월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제출, 9월에 <00은대학>에 입소했다. 박종호 씨는 자동차개발부서에서 일하며 밤샘도 많았고, 무미건조하게 살았다.
 그런데 구로는예술대학에 오니 삶의 즐거움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끈끈한 관계를 가지며 함께 사는 삶이 더 가치있다 싶어 과감히 결단을 했다.


 "공원, 시장, 역주변을 다니다보니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문화관심인물이나 공간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돼요. 구로시장에 가면 달성기름집 사장님의 색소폰 연주를 들을 수 있고, 사주팔자를 봐주는 의상실 박선생님을 만날 수 있죠. 7공주 떡볶이집은 어떻구요? 거긴 서로 재료도 손님도 공유한답니다. 가게는 작지만 자체제조비법이 있는 싸고 맛난 삼천리 커피집도 있고요. 건물 위에서 바라보는 구로시장은 작은 아마존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예술을 매개로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려는 '구로는예술대학'은 내년에 새로운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마을에 대한 의제를 형성하고, 놀이 삼고 일 삼을 수 있는 마을을 고민하고 행동하는 '청년의 마을살이 플랫폼 <Y마을>'이 그것. 12월 27일 예비모임이 있으며 문의사항은 010-4043-7918 http://oouniv.org/


  ■ 7기 수료생 엄지은 한은지 최재영 정연희 김연정 나종화 최성은 손영미 최윤성 윤혜원 정지숙 김주리 노아름 최하나 이승민 조연경 이혜정 김찬기 윤성수 신일진 양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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