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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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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 황인매 성공회대 멘토링사업단 총괄실장
  • 승인 2012.01.20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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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왕따, 학교폭력의 이유로 자살하는 학생들이 연이어 발생하자 각종 매스컴에서의 반응이 대단하다. 연일 기획기사가 쏟아지고, 정부에서는 대안을 마련하느라 부산하다.


 1년에 학교폭력 피해자가 10,000명이 넘고, 200명이 넘는 청소년이 자살한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왜 그럴까. 왜 이리 힘들까. 혹자는 사회가 변해야 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누구는 학교가 문제니 학교교사나 교장이 나서서 해결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이는 가정교육에 문제가 있다. 부모가 문제 있으니 아이들이 그대로 배운 거 아닌가, 라고 하기도 한다. 모두가 다 맞는 말이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학교도, 사회도, 부모도 다 제자리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가 않다.


 어느 쪽은 너무 과해서, 어느 쪽은 또 너무 부족해서 늘 그 사이에서 아이들은 힘들다.


 구로지역에서 아이들과 함께 멘토링사업을 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아이들은 참으로 변화무쌍하다는 것이다. 도저히 어찌해볼 수 없는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해가는 모습들은 참으로 신통하기도 하다.


 중학교 2학년인 김 군의 경우 학습부진아로 멘토링수업에 참여하게 되었고 기초교과목이 부족하다보니 학습에 대한 흥미나 동기유발이 대단히 낮은 상태였다. 멘토링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김 군이 글쓰기에 소질이 있는 것을 알게 된 담당멘토는 꾸준한 칭찬과 격려를 해 주었고, 김 군은 이후 자발적으로 글쓰기 대회에 참여하여 입상을 하는 등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획득하고 성취감을 맛보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한번 맛본 성취감은 아이들에게는 날개를 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의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학교와 사회와 가정은 함께 그 시간을 견뎌내고 기다려줘야 한다.


 아이들은 온몸의 감각을 통해 어른의, 주변의 눈치를 본다고 한다. 아이는 그들이 만나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다양한 행동양상을 보인다. 이것이 그들의 생존방식이다. 학교 교사 앞에서는 성실하고 착한 모범생으로 지내다 멘토링수업에서는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표출해내는 악동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때로는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멘토링수업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재능과 훌륭한 성품들이 학교생활에서는 잘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꾸준한 지지와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한 사람들이 지역에 많으면 많을수록 그 자체만으로도 지역사회 안전망 역할을 하며 아이들에게는 든든한 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 심한 성장통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주고 기다려줄 수 있는 건강한 어른들이 더 절실히 필요하다.


 최근 학교폭력근절 대책을 위해 교과부에서 내놓은 내용을 살펴보니 가해학생에 대해 강제전학을 시키거나, 학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가해사실과 처벌내역을 기록할 거라고 한다.


 청소년기는 계속 성장하고 변화하는 시기이다. 충분히 변화가 가능하고 또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원을 모으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당장의 효과를 위해 강한 처벌을 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변화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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