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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98]동네에서 뛰어놀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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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98]동네에서 뛰어놀던 기억
  • 강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11.11.18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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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나 오늘은 꼭 찬영이 형아네 집 갈래." 미루는 한참 전부터 고슴도치가 있다는 찬영이네 집에 가고 싶어 했습니다. "알았어."


 10시에 미루를 찾는 일이 많을 때는, 그 늦은 시간에 남의 집에 갈 수가 없었습니다. 약속은 해 놓고 찬영이네 집에 가는 날은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더 이상 참지 못한 미루는 아예 아침에 어린이집에 가는 차안에서 못을 박습니다. 평소보다 좀 일찍 일을 끝내고 드디어 해 지기 전에 미루를 데리러 갔습니다. "아빠, 나 찬영이 형아네 집 갈 거야." "그래" 어린이집에서 나온 미루는 내리막길을 냅다 뛰어갔습니다. "미루야, 조심해."


 그러더니 바로 앞 슈퍼마켓 이층집으로 올라갔는데, 때마침 찬영이가 집에서 나오다 둘이 딱 마주칩니다. 뭔가 대화를 나누는 듯하더니 찬영이가 앞서 뛰고 미루는 "찬영이 형아~"하면서 뒤쫓습니다. "미루야~어디 가?" "찬영이 형아 라면 사러 간대. 나도 따라갈려고~" 바로 집 아래가 슈퍼마켓인데, 어디 다른 곳으로 라면을 사러 가는 모양입니다.


 좁은 골목, 양쪽에 늘어선 조그마한 가게들, 어둑어둑해지는 시간. 가끔씩 차가 골목을 가득 채우고 지나갑니다. 미루는 그 사이를 열심히 뛰어갑니다. "미루야, 좀 천천히 가~" 미루가 뛰면 저도 뛸 수밖에 없습니다. 자칫 다른 골목에서 차라도 불쑥 튀어나올까봐 걱정입니다. 미루는 뒤를 한 번 살짝 보더니 "알았어~" 하면서 또 다시 뜁니다.


 미루는 엄마 아빠가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나오면 늘 집에서 놉니다. 책도 보고, 장난감도 가지고 놀고, 아빠와는 베개 싸움도 하면서 신나게 놉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동네 친구들하고 노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사는 곳이 어린이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생기는 단점입니다.


 미루는 찬영이를 따라 동네를 휘저어 다니더니, 아예 찬영이네 집에 들어가서 한 30분 동안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집 밖에서 그 시간 내내 서 있었습니다. 찬영이네 집에서는 찬영이의 형과 찬영이, 미루, 이렇게 셋이서 노는 소리가 새어 나옵니다.


 "나가서 놀자." 어느새 다시 아이들이 뛰어나왔습니다. 그새 그 동네 다른 아이들까지 서너 명이 합세했습니다. 조금 더 어두워진 골목을 미루는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신나게 놀았습니다. 무슨 놀이를 하는 건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형아들을 따라서 골목 저쪽으로 한참 뛰다가 다시 이쪽으로 뛰고, 이쪽 골목 끝에서 사라졌다가 다른 쪽 골목 끝에서 나타나기도 하면서 땀을 뻘뻘 흘리고 뛰어 놀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 동네 아이들과 늘 뛰어놀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저녁 시간에 배가 한참 고플 때까지 뛰어다니곤 했었는데, 미루한테 그런 기억이 많지 않은 것 같아 문득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도시의 아이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로 미루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릴 때는 동네 친구들과 뛰어 노는 것만큼 재밌는 일이 없을텐데, 일부러라도 그런 기회를 만들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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