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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94] 엄마의 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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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94] 엄마의 상장
  • 강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11.10.10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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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주미루 어린이는 엄마 아빠를 도와 청소와 요리, 장난감 정리를 잘 합니다. 그리고 항상 건강하고 신나게 놉니다. 훌륭한 어린이입니다. 그래서 이 상장을 줍니다. 하하."


 몇 달 전 어린이날에 미루 엄마가 미루에게 준 상장의 내용입니다. 미루 엄마는 가끔 이렇게 아이를 칭찬하는 상장을 만들어서 미루에게 줍니다.


 미루 엄마는 어디서 찾았는지 인터넷에서 원하는 문구만 치면 상장을 만들어서 보내는 업체를 알아서 그곳에서 주문한 상장을 받았습니다. 상 이름은 '신나는 상'이었고 상을 주는 사람은 '엄마 주현숙'이었습니다.

 
 칭찬은 무조건 '잘 한다' '예쁘다' '착하다'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아이가 한 일에 대해 정확히 칭찬하는 게 좋습니다. 그렇지 않은 칭찬은 아이가 대체 뭘 잘해서 칭찬을 받는 건지 알 수 없게 만들기도 하고, 아이에게 착한 척을 강요하게도 해서 좋지 않습니다. 칭찬의 방법은 말로 해도 되고 꼭 안아줘도 되는 등 당연히 여러 가지겠지만 이렇게 가끔은 상장을 만들어서 주는 것도 참신한 방법 같습니다.


 최근에 미루는 한참 한글을 배우고 있습니다. 딱히 가르치려고 했던 건 아닌데 흥미있어 하면서 이 글씨 저 글씨 써봅니다. 그런데 글자를 통으로 익혔던 미루가 어린이집에서는 초반에 ㄱ, ㄴ, ㄷ처럼 낱자로 한글을 배워서 그런지 좀 힘들어 했습니다.


 미루 엄마는 아이가 배우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는데도 가르쳐 주지 않으면 그게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면서 저녁에 가끔씩 미루와 글자 놀이를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미루 엄마가 준비한 상장이 또 하나 도착했습니다.


 "글쓰기가 너무 힘든데 열심히 노력하는 강주미루에게 이 상장을 줍니다. 강주미루가 힘들다고 하면 모두 다 함께 힘내라 힘내라 하고 말해주세요. 우리 미루는 열심히 연습하는 멋진 아이입니다."


 글 속에 담긴 미루 엄마의 마음이 참 예쁩니다. 이 속에도 칭찬을 하는 엄마의 방식이 고스란히 들어 있습니다. 잘해서 칭찬하는 게 아니라 열심히 하는 모습을 칭찬하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힘든데도 열심히 노력하는구나"하는 칭찬이 "너는 뭐든지 잘하는구나"하는 칭찬보다 훨씬 효과도 있고 의미도 있습니다.


 "아빠 여기 뭐라고 써 있어?" 상장에 적힌 한 문장 정도를 겨우 읽더니 미루는 나머지 문장을 읽어 달라고 했습니다. "강주미루가 힘들다고 하면 모두 다함께 힘내라 힘내라 하고 말해주세요. 우리 미루는 열심히 연습하는 멋진 아이입니다"라고 상장의 내용을 마저 읽어줬습니다. 미루가 어깨를 살짝 으쓱하더니 씩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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