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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92] 아빠, 장난감 친구한테 보여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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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92] 아빠, 장난감 친구한테 보여줄래
  • 강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11.09.26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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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추석에 미루한테 5만 원쯤 하는 선물을 사줬습니다. 이렇게 비싼 걸 사줘 본 적이 없습니다. 시골에 내려갔다가 친척 한 분이 미루에게 용돈을 주었는데 그 돈으로 조립됐다 분해되기를 자유자재로 하는 장난감 로봇을 산 겁니다.


 "미루야 이 로봇은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미리 사주는 거야. 알았지?" 나중에 또 장난감 안 사줘도 되니까 좋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 장난감으로는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어릴 적에는 장난감 하나 없어도 잘 놀기만 했다"고 어머니께서 그러시는데 사실 저 어릴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들에서 논두렁에서 뛰어놀던 기억만 있습니다. 딱 한 번 당시 가격으로 300원인가 30원인가 하던 우주비행기 장난감을 사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서 가게 앞에 서서 물끄러미 바라보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처럼 장난감이 넘치는 시대에 다른 아이들이 좋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얼마나 부러울까. 그 심정은 이해가 갑니다. 한번쯤은 그런 마음을 풀어주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비싼 장난감을 사줬습니다.


 그런데 미루가 이 장난감을 자꾸 어린이집에 가져가고 싶어 합니다. "아빠 이 장난감 친구들한테 보여주고 싶어." "아빠, 딱 한 번만 가지고 가면 안 될까?" "아빠 야간 보육할 때 잠깐만 들고 와줘." 거듭되는 요구에 "그럼 미루 니가 어린이집에 가져가면 부셔질 수도 있으니까 아빠가 너 데리러 갈 때 잠깐 들고 들어갈게" 이렇게 타협을 했습니다. 미루는 "아빠, 그럼 야간 보육할 때 조금 일찍 와야 해. 다른 아이들이 다 가버리면 보여줄 사람이 없잖아"라고 합니다.


 보통 야간 보육을 하면 10시에 아이를 찾는데 그 날따라 일이 늦어졌습니다. 급히 차를 몰아 어린이집을 향해 가다가 문득 다른 아이들 다 가기 전에 오라던 미루 말이 떠올랐습니다. 큰일 났습니다. 10시 10분 전, 핸드폰이 울립니다.


 "미루 아버님, 미루 말고 다른 아이 하나 남았는데 이 아이 아빠가 오셨어요. 근데 미루가 갑자기 엉엉 울기 시작했어요."


 겨우 어린이집에 도착해 보니 다른 아이의 아빠가 안 가고 계셨습니다. 미루가 너무 울어서 무슨 일인가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미루야, 아빠가 너무 미안해. 일찍 오기로 해 놓고 늦었어. 미안해." 요즘 하는 일도 복잡하고 힘든데, 그것 때문에 괜히 아이만 힘들구나 싶어 미루를 꼭 안아줬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달래고, 장난감을 미루 친구한테 보여줬습니다. 참 이것도 몹쓸 짓입니다. 미루 친구는 그 로봇장난감이 좋아 보였는지 이리 저리 살피는데 저는 그 아이 아빠의 눈치가 엄청나게 보였습니다. 남의 아이 비싼 장난감 자랑하는데 자기 아이가 대상이 되었으니 제가 그 처지였다면 짜증이 많이 났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죄송해 죽을 지경입니다.


 "아빠, 오늘 어린이집에 장난감 가져가면 안 돼?" "안 돼! 그 장난감 다른 아이들은 못 사는데 그럼 힘들 거 아냐. 걔네들 엄마 아빠도 마음이 안 좋고." 이래저래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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