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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90] 나무색깔 바뀌면 장난감 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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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90] 나무색깔 바뀌면 장난감 사줘
  • 강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11.09.05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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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루가 요즘은 파워레인저에 빠져 있습니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자꾸 이것저것 사달라고 하는 것들이 많아졌습니다.


 "아빠 나 정글포스 색칠북 사줘." "지난번에 색칠북 사줬잖아." "근데 책이 찢어져서 테이프로 붙였는데, 그렇게 하니까 테이프 위에 색칠이 안돼."


 뭘 자꾸 사달라고 할 때는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 것보다는 함께 상의를 하고, 아빠 의견도 충분히 얘기하고, 또 규칙을 정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 그럼 그 테이프를 살살 뗀 다음에 색칠을 하고 다시 붙이는 건 어때?" "아! 아빠, 테이프를 일단 떼고 색칠하고 또 테이프 붙이고. 이러면 되겠다." 방금 전에 아빠가 한 얘기를 마치 자기가 생각한 것처럼 합니다. "그래 그렇게 해보자."


 아침에 일어났는데 미루가 잠투정입니다.
 "아빠, 나 엔진 킹 사줘." 다른 좋은 잠투정도 많은데 또 장난감 사달라는 얘기입니다. "너 어제는 색칠북 사달라면서"라고 말하며 일어나 나갔습니다. 미루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합니다. 제 무심한 말투가 아이한테는 심각하게 느껴졌나 봅니다. "아빠, 흑흑, 두 개 다 사는 건 낭비라서 그러는 거야?" 눈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엔진 킹이 뭔데?" 책을 가져오더니 "이게 엔진 킹이야" 합니다. "그래. 근데 엔진킹이나 색칠북 중 하나만 골라"라고 했습니다. 색칠북이 훨씬 쌉니다.


 아니 한눈에 보기에 엔진 킹 같은 걸 장난감으로 만들면 꽤 비쌀 것 같습니다.
 곰곰이 생각을 하던 미루는 결단을 합니다. "그럼, 엔진 킹 살래." "알겠어. 근데 그거 꽤 비쌀 것 같애." 한 5초쯤 멈춰 있던 미루가 입을 엽니다. "그럼, 나 7살 되면 엔진 킹 사줘." 순순히 물러납니다. 갑자기 마음이 약해집니다. "미루야 그러면, 일단 엔진 킹은 너 7살 되면 사고, 대신 색칠북 사자." "응"


 뭘 하든 의논을 하는 건 중요합니다. 그리고 비싼 장난감을 자주 사주는 게 특별히 아이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건 아닙니다. 꼭 갖고 싶어 하는 장난감은 생일 선물 같은 걸로 약속하는 게 좋습니다.


 출근 준비하고 있는데 들어보니 미루가 엄마한테 묻습니다. "엄마, 근데 나 7살 될려면 얼마나 남았어?" "7살? 한 4달 정도 남았지." "4달? 그게 얼만큼이야? 네 밤 자면 되는 거야?" "아니, 음... 겨울이 되고 눈이 오면 미루가 7살 되겠다." "그래?"


 옷을 다 차려입고 나가려는 차에 미루가 말을 걸어옵니다. 다시 협상을 하려는 분위기입니다.
 "아빠, 나 7살 되는 건 너무 많이 남았으니까..." "응." "그러니까 있잖아." 약속한 내용을 번복하려는 게 틀림없습니다. 더듬거립니다.


 "말해봐 미루야. 괜찮으니까." "그러니까 가을에 나무 색깔 바뀌면 엔진 킹 사줘." 시간을 당기자는 말입니다. 어쩐지 순순히 양보하더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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