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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88] 아빠 난 왜 이름이 네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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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88] 아빠 난 왜 이름이 네자야?
  • 강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11.08.22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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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 아이 이름은 '강주미루'입니다. '강'은 아빠 성, '주'는 엄마 성 그리고 이름은 미루입니다. 이름 짓기 전에 엄마 성을 당연히 넣어야겠다고 생각하긴 했었지만 막상 동사무소에 가서 신고하려고 할 때 약간 고민을 하긴 했었습니다. '이름이 네 글자면 좀 이상하지 않을까?' '어차피 남궁, 제갈, 선우 이런 식으로 성이 두 글자인 사람들 있잖아.' '그래도 강주라는 성은 없는데 괜히 애가 자기 이름 설명하느라고 고생하지 않을까?'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습니다.

 그러다 '에잇! 모르겠다.'하고 그냥 이름을 네 글자로 신고해버렸습니다.
 그런데 법적으로는 '강주'를 성으로 등록할 수는 없어서 공식적으로 우리 아이의 성은 '강'이고 이름은 '주미루'입니다. 물론 우리는 끝까지 성이 '강주'이고 이름은 '미루'라고 하겠지만 어쨌든 그렇습니다.


 며칠 전 밤에 미루가 갑자기 물어봅니다. "아빠, 난 왜 이름이 네 자야?" "왜? 다른 아이들은 다 세 글잔데 미루는 네 글자라서 싫어?" 그 전까지 단 한 번도 묻지 않았던 질문인데 이제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는 나이인가 봅니다. "응, 친구들이 놀려. 창피해" "그래? 누가 놀리는데?" "응, 백민수가 놀려." "그래? 이리 와 앉아봐."


 미루를 앞에 앉혀 놓고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자, 미루야 잘 들어봐." 어린이집 친구들 이름을 하나하나 꺼냈습니다. "신수정은 아빠 성이 뭐야?" "몰라." "신수정은 아빠 성이 '신'이야. 그리고 이름은 수정이고." "응." "그럼 정보람은 아빠 성이 뭐야?" "정" "그럼 이름은?" "보람" "그렇지, 근데 엄마 성은?" 미루 얼굴이 멍해집니다. "정보람 이름에 엄마 성은 없어, 미루야." 또 묻습니다. "이창주는 아빠 성이 뭐야?" "이" "엄마 성은?" "없어." "이름은 창주" "김지민 아빠 성은?" "김" "이름은?" "지민" "엄마 성은?" "없어."


 이제 하려고 했던 말을 꺼냈습니다. "미루야, 엄마는 미루한테 아빠하고 똑같이 소중한 사람이잖아. 그치?" "응." "그래서 강은 아빠 성, 주는 엄마 성, 이름은 미루. 이런 거잖아." "응." "근데 다른 아이들은 왜 소중한 엄마 성은 이름에 없고 아빠 성만 있는 거지? 그러면 엄마가 슬프잖아." "......" 미루가 말이 없어졌습니다.


 쐐기를 박습니다. "그래서 미루야. 엄마 성이 이름에 있어서 미루 이름이 네 글자가 된 건 창피한 일이 아니야. 오히려 엄마 성을 빼고 이름 지은 다른 아이들이 전부 창피해야 하는 거지." 완벽한 논리 전개. 남들이 들으면 오버한다고 뭐라고 하겠지만 어쨌든 미루 기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도 나 싫어하는 친구들이 나 놀린단 말이야." "그래? 그럼 그 친구한테 방금 아빠가 했던 얘기를 해줘. 잘 설명해주면 안 놀리지 않을까?" "설명하다 중간에 잊어버리면 어떡하지?" "그럼 아빠가 또 설명해줄게. 어때 인제 괜찮아?" "아빠, 우리 풍뎅이 밥 주자." 미루는 기분이 나아졌는지 말을 다른 곳으로 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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