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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학교도서관에 생명의 숨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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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학교도서관에 생명의 숨결을
  • 구로타임즈
  • 승인 2011.02.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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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성진아 (오류1동)

 지난 1월 28일 온수역에서 성공회대학교까지 특이한 퍼레이드가 있었습니다. 큼직한 탈과 그것을 든 아이들의 행렬은 평화를 기원합니다. 나무닭움직임연구소와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에서 주최하는 우둥불 공연예술 놀이터에 참가한 구로지역 청소년들이었습니다.


 이 놀이터는 구로지역의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으로 장다리놀이, 탈놀이, 춤, 저글링, 힙합 등의 공연예술 기술을 익혀 상상력을 키우고 배움을 나누면서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려 노력합니다.


 폐회사에서 "놀이를 습득한 친구들이 몇 년 후에는 놀이를 전파하는 사람이 되고, 그래서 구로에 청소년 문화예술이 전파되기를 바랍니다. 청소년들에게 유익하지 않은 구로에서 문화예술이 넘쳐나는 구로가 되어 떠나고 싶은 곳이 아닌, 항상 머물고 싶은 구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지금 우둥불에 참가한 청소년 여러분들이 내일의 할 일이기도 합니다"라고 동아시아연구소 소장님이 말씀하십니다.


 가슴이 뜨끔하면서 찡하게 울렸습니다. 내가 몸 담고 있는 구로, 내 아이와 함께 살아갈 구로에서 어른인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있는데,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무엇을 해야할지 해답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천만을 남겨 놓고 있습니다.


 아이의 학년이 올라가면서 종종 이사를 가는 사람들을 봅니다. 부모의 직장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아이의 교육문제 때문에 좋은 지역으로 이사를 갑니다.


 좋은 지역은 어떤 곳일까요? 우선 살기에 불편하지 않아야겠지요. 그리고 요즘은 아이들이 살기에 좋아야 좋은 동네라고 합니다. 학원이 많고, 문화시설이 많아야 아이들 키우기에 좋다고 합니다. 학원이야 선택시설이지만, 문화시설은 필수시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필수시설이 사실 우리 아이들 학교마다 있습니다. 바로 학교 도서관입니다.


 현대사회는 많이 보고, 듣고, 경험을 통해서 세상을 배우기를 원합니다. 그에 발맞춰 도서관들이 책만을 보는 곳이 아닌 다양한 문화의 장으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체험활동과 작가와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하고, 다양한 독서후 활동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책에서만 접한 지식들이 이러한 문화활동을 통해 좀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게 하고, 역으로 여러 가지 활동들이 책으로 접근하는 동기가 되어 주기도 합니다. 활자를 넘어 인간이 충족시키고자 하는 영역까지 도서관은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도서관도 이렇게 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런 도서관을 누군가가 만들어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우리동네 그런 도서관이 없다고 실망하지 말고, 우리가 만들어가면 어떨까요? 미흡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생각을 가진 분들이 모이는 것만으로도 구로에 변화가 일기 시작할 것입니다.


 작년 오류초등학교 도서관에서는 학부모 명예교사들이 모여 한주에 3번 저학년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금요일마다 그 동화책에 대한 독서활동을 했습니다. 또 한 학기에 두 번씩 천연비누 만들기와 천연염색과 같은 문화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 할수 없었습니다. 마지막 수업날에는 꼬마친구들의 감사의 편지가 아직도 가슴뿌듯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 친구들에게 도서관은 한 해 동안 즐거운 놀이터가 되었을 것입니다.


 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문화예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빵만이 아닌 장미도 원하고, 그 장미가 인간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을 잘 반영한 것이겠지요. 학교가 도서관 사업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면 학교의 도서관이 지역 문화의 장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그 어느 곳보다 학교에서 문화행사가 펼쳐진다면 학부모들은 안전과 신뢰를 가질 것입니다. 내 아이가 공부하는 곳이고, 내 아이를 올바른 길로 안내해 주는 선생님들이 계신 곳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사는 곳 가까운 곳에서 즐기고, 배우고,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많은 곳이 좋은 동네가 아닐까요?


 도서관은 정신의 놀이터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정신의 놀이터를 잘 운영하는 것이 우리 지역을 품위있게 만드는 것이고, 그 품위가 우리를 오래도록 구로에 머물게 해줄 수 있는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에게서 아이들에게로 전해지는 문화예술 놀이터, 아이들과 학부모가 같이 만들어 나가는 정신의 놀이터가 구로를 빛나게 해줄 것이고, 그곳에 사는 우리들의 어깨도 으쓱해질 것입니다. 그런 날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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