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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먼저 성폭력 예방교육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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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먼저 성폭력 예방교육 받아야
  • 조 진 희 (서울영일초 교사)
  • 승인 2010.10.12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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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에게 "싫어요, 안돼요", "내 몸은 내가 지켜요"라는 '저항중심' 예방교육은 잘 활용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큰 신체적 피해를 받을 수도 있다. 물론 이런 교육의 힘이 발휘될 때가 있는데 그것은 주위에 도와줄 사람이 있을 때이다. 일산 엘리베이터 납치사건이 미수에 그친 것은 그 아이의 저항 뿐 아니라 아이의 소리를 듣고 달려온 이웃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을 유인하는 사람들은 보통 생각하는 흉악범 같은 '나쁜 놈'의 이미지가 아니다. 내 딸 아이의 경우도 길을 가다가 예쁜 강아지를 가진 사람을 보면 그가 누구건 강아지만 보고 뛰어간다. 이처럼 아이들은 눈앞에 보이는 것에 매우 취약하다.


 발달심리학 양돈규 박사는 아이들은 인지발달이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유괴할 상대방의 의도를 고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도덕성 발달 특성상 어린 아이들은 행위자의 의도보다 행위결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서양의 아이들은 '낯선 사람'을 평범한 사람으로 그린데 반해, 한국의 아이들은 험악하고 칼자국이 있거나 마스크를 쓴 '악당'의 이미지를 그린다. 친절하게 평범한 사람이 장난감이나 놀이로 호기심을 유발하거나 거짓말로 특정인을 사칭해도 그 '의도'보다 겉으로 보이는 것에 더 주목한다는 것이다.


 한편 유교주의가 전통으로까지 자리 잡은 한국에서는 어른의 말을 잘 따라야 '착한 아이'가 된다. 예의 바르고 순종적이어야 도덕적인 아이인 것이다. 그러나 외국에선 철저하게 "어른은 아이들에게 부탁하거나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고 교육한다. 만약 그런 어른이 있다면 "엄마, 아빠, 선생님한테 전화해서 물어볼게요." 해야 하는 것이다. 즉 아이에게 낯선 어른이 다가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다! '굿보이 신드롬'과 전통적 도덕교육이 아동 성폭력을 근절하지 못하는 사회적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할 때다.

 가해자들은 철저히 계획을 가지고 성폭력을 가한다. 접촉 단계에서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자주 대면할 기회를 가지거나 게임, 놀이, 선물, 먹을 것으로 유인한다. 그렇게 유인하여 성적 상호작용 즉 가해 행위를 한다. 그 이후에 아이에게 비밀유지를 강요하는 단계를 거친다.


 이 비밀유지는 가해자에게 성폭력을 지속시키는 수단이 된다. 예를 들면 "아무도 너를 믿지 않을 것이다", "부모가 충격으로 죽을 것이다", "이것은 너와 나만의 놀이다" 라고 말하는 경우다. 실제로 성폭력 피해 아동이 직접 그리고 쓴 <말해도 괜찮아>라는 동화책에서 아이의 대부였던 가해자는 "말하면 네 동생에게도 똑같이 하겠다"고 협박해 아이는 쉽게 말하지 못했다.


 미국 아동안전전문가 Kenneth Wooden은 실험을 통해 낯선 사람이 아이를 유괴하는데 놀랍게도 35초면 된다고 밝혔다. 한 성범죄자로부터 Kenneth가 받은 편지는 우리에게 음습한 경고를 준다. "아이를 칭찬하지 않고 관심과 애정을 주지 않으며 아이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것은, 나에게 아이를 보내는 것이다. 아이가 추행당할 리 없다는 당신의 자신감이나 이웃의 아이가 추행당하는 것에 대한 당신의 무관심이, 내가 아이를 성폭력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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