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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학교 문 잠근다고 어린이 성폭력 예방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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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학교 문 잠근다고 어린이 성폭력 예방될까?
  • 조진희(서울영일초 교사)
  • 승인 2010.09.18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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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이 우리가 지킵시다 ①

아동성폭력 문제가 위험수위를 넘어서면서 해법을 찾기 위한 사회적 고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아동성폭력 예방을 위한 지역사회와 어른의 역할 등에 대해 함께 생각 해볼 수 있도록 아동성폭력 예방교육 전문강사로 활동중인 영일초(가리봉) 조진희 교사의 기고를 이번호부터 4차례에 걸쳐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 6월 7일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어린이를 강간한 김수철 사건으로 구로구의 학교들 또한 비상이 걸렸다. 학교장과 인성생활부장을 중심으로 대책회의를 갖고, 오전 8시 30분 이전에는 교실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학교 건물을 잠갔다.

 또 교사들이 퇴근한 후인 저녁 5시가 조금 넘으면 학교 화장실을 사용하려고 해도 현관문이 잠겨 못 들어간다. 요즘 같이 서늘한 저녁 날씨에 산책이라도 하려고 교문을 통과하려 하면 굳게 잠겨 거친 욕설을 내뱉거나 심지어 민원을 넣는 주민들도 있다.

 학교 운동장에서 어린이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 집중 보도된 이후 지역 주민에게 휴식과 운동의 공간을 제공해주고, 어린이들이 방과 후에 신나게 뛰어놀아야 할 학교의 문은 굳게 잠겼다.

 학교 문을 걸어 잠그고 방문할 때 개인정보를 기록하고 방문증을 목에 걸면 어린이·청소년 성범죄가 예방될까?

 지난해 방영된「KBS 추적 60분」 '당신의 아이는 안전합니까'에 따르면, 아동 성범죄자들이 아동을 유인하는 장소로 길·놀이터·공원(841건)이 가장 많고, 범죄인의 집(536건), 피해자의 집(426건)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그 다음 유인 장소가 아파트단지·주택가·학교·학원(256건) 등이다. 이는 가해자들이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접근하여 유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잘 알고 있으며 가해를 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접근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2003년 수감된 아동 성폭력 가해자를 분석한 강은영(한국형사정책연구원 범죄사회학) 박사의 연구를 살펴보면, 가해자의 범행이 고의·계획적으로 일어나는 비율(67.6%)이 우발·격정에 의한 발생 비율(31.8%)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강 박사는 아동 성폭력 범죄 대책으로 신상공개제도, 전자발찌, 화학적 거세 등 엄벌 위주의 정책만으로는 억제에 한계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엄청난 비용이 드는('화학적 거세'의 경우 검사와 주사 비용으로 범죄자 1명당 연 500만원이 소요된다) '가해자 대책' 만큼,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제도' 그리고 '지역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함께 제도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방과 후에 놀이터에서 뛰어놀거나 모래사장에서 어울려 노는 아이들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아이들이 노는 곳 옆 긴 의자에 앉아 수다를 떨거나 잔소리를 하는 어른들의 수도 마찬가지로 줄었다.

 김수철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아이가 끌려가는 동안 누구라도 그 아이를 알아보고 말을 건네주었다면? 어른들이 우리 마을 아이들을 내 아이처럼 보호하고 지켜봐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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