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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습지 그대로의 모습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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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습지 그대로의 모습을 …
  • 김사이 (시인, 가리봉동)
  • 승인 2010.08.10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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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같은 하늘 아래에 서너 시간이면 가볼 수 있는 낙동강을 지난 7월 중순 작가 및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걷는 4박5일 낙동강 순례에 참여하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내 고향 젖줄기인 영산강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나는 강을 곁에 두고도 보지 못했나 보다. 냇가나 하천이 늘 곁에 있었어도 그게 무엇인지도 몰랐으니 말이다. 우리가 물을 사먹게 되리라 누가 알았을까. 훗날 바람이나 햇볕도 돈 주고 사게 되지 않을까 싶다. 끔찍한 상상일까? 아직까지 칼질하지 않은 나무와 숲, 본래의 자연이 만들어주는 맑은 공기나 물이 지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첫 발을 내린 곳이 안동 마애습지였다. 아직 강바닥을 뒤집지 않은 상태로 절경의 모습이었다. 얕은 늪지대와 강, 벼랑바위, 수초 그리고 야생화들. 또 모래밭과 자갈들을 보고 있노라니 문명에 쩐 마음이 순해지는 것을 느꼈다.

 대구의 달성습지는 공장 굴뚝들 우뚝한 공단 건너편에 원시림처럼 펼쳐져 있는 것이다. 참 낯설게 상반되는 풍경이었다. 그리고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포늪은 현 시간 이전의 시간들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강력한 상상력이었다.

 키를 넘는 억새밭, 조금 있으면 활짝 필 연꽃들 새벽이면 자욱하게 물안개가 피어오르기도 할 것이다. 곳곳에 크고 작은 습지들이 있어 낙동강이 아름다웠다. 습지가 생태계를 유지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부끄럽지만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이러한 곳이 개발되면 강줄기는 직선이 될 것이다. 흙과 모래자갈들이 바닥을 이루는 강바닥을 모두 파내 시멘트를 두르고, 굽이굽이 휘도는 강줄기를 억지로 잡아 직선으로 흐르게 한다는 것이다. 청계천이 진정 아름다운가?

 상주보 공사는 다른 곳보다 진행이 많이 되었다. 포클레인으로 바닥까지 긁어댄 강은 처참했다. 강에서 긁어낸 모래가 산을 이룬다. 퍼 올린 모래의 양이 엄청나서 근처 2킬로미터 근방의 논밭들은 농사를 짓지 못하고 모래를 담아야 하는 모래무덤이 되었다.

 공사가 가장 큰 강정보도 길이와 넓이가 어마어마했다. 퍼낸 모래로 제방을 쌓고 길을 다지는 불도저가 괴물처럼 입을 쩍쩍 벌렸다. 파헤쳐서 바닥을 드러낸 곳들은 차마 눈뜨고 못 볼 지경이었다. 땅의 붉은 심장이 아무렇게나 찢겨져 무방비 상태로 말라가는 것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어린아이들도 아마 느낄 것이다. 흉측한 저 광경을 보면.

 낙동강을 온전하게 돌아보려면 28일쯤 걸린다고 했다. 우리는 4박5일 짧은 시간에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무엇인지 돌아봐야 했다. 지금 공중파 어느 곳에서도 4대강 사업에 대해 침묵이다.

 저들은 살아 있는 것들을 생매장시키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자연 생태계뿐만 아니라 인간들의 삶의 질까지도 바꿔놓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돈에 눈이 멀었다 하더라도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 아니라는 것을 생태 및 경제학자 등 전문 분야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우려하고 있고, 국민의 다수가 반대하는데도 꿈쩍 않는 저 태도는?

 스스로 살게 하고 스스로 소멸하도록 놔두어야 한다. 무엇이든지 억지로 하는 것은 꼭 부작용을 낳는다. 삶도 마찬가지이다. 자연스럽게 산다는 것이 말하기는 쉬운데 그렇게 살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 = 길상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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